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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 자청하는 모정/대학강당 개방 굳이 외면(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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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 자청하는 모정/대학강당 개방 굳이 외면(등대)

입력
1992.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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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날이면 정작 수험생보다 더 안쓰러워 보이는 것이 학부모 들이다. 닫힌 교문에 붙어서서 간절한 기도를 올리며 하루종일 추위에 떨고 있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수험생가족이 아니더라도 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모습이다.난데없는 시험지 도난사건으로 20일이나 더 고생을 했던 학부모들은 여느때 보다도 지치고 초조한 표정으로 10일 새벽부터 후기대 고사장 앞에 모여들었다.

매년 이 모습을 안타깝게 보아오던 덕성여대는 이날 학부모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교내 학생회관 1층 대강당에서 상오 9시와 하오 1시에 영화 「아마데우스」와 「벤허」를 보여주기로 하고 교문을 개방한 것이다.

딸들을 시험장으로 들여보낸뒤 정문 등에 나붙은 안내문을 본 학부모들이 하나둘씩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영화가 시작될 때쯤엔 5백80석 좌석이 제법 메워졌다.

이날 상영된 두 영화는 영화관이나 TV에서 몇차례나 상영된 워낙 유명한 영화여서 강당에 들어와 앉은 학부모 대부분도 한번쯤 보았음직한 영화들.

더구나 학부모들은 영화감상할 한가한 마음이 아니었으므로 「극장」안 분위기는 여느 영화관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많은 어머니들이 아예 눈을 감은채 의자에 앉아 염주알을 굴리거나 손모아 기도했으며 화면을 향하고 있는 학부모들도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는것 같지 않았다.

고생하는 딸 생각에 편히 앉아있기가 께름칙한 듯 영화도중에 상당수가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아예 영화에는 관심도 두지않은채 강당 1층 로비에서 서로 고생담을 얘기하며 초조감을 달래는 모습도 많이 눈에 뛰었다.

또 학교측에서 이렇게 배려해 주었는데도 운동장에 서서 차가운 바람을 맞고 서 있는 「고행」형 학부모들의 수도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

회계학과에 지원한 딸(18)을 기다리던 신영희씨(44·여)는 『이 마당에 아무리 좋은 영화라 할지라도 눈에 들어오는 어머니가 있겠느냐』면서도 『그래도 자상하게 배려해주는 학교측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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