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경찰의 삼엄한 눈초리에 휩싸여있던 경기 성남시 2공단내 (주)대한교과서 주변은 8일 아침부터 더욱 숨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유례없는 시험지 도난사건으로 이곳에서 재인쇄된 후기대 입시 시험지가 각 대학으로 출발하는 모습은 마치 요인경호작전을 방불케 했다.
지난번보다 3배이상 증강된 경찰 28명이 전원 실탄을 장전한 권총으로 무장하고 인쇄공장을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정확히 상오8시 「끼익」하는 육중한 마찰음과 함께 꼬박 일주일동안 잠겨있던 철문이 열렸다.
오랜만의 햇빛이 눈부신듯 잠시 손으로 눈을 가렸던 인쇄공 70여명은 곧 시험지 상자들을 바깥으로 끌어냈다.
주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커피로 추취를 달래던 교육부 파견관들과 시험지를 인수하러온 각 대학 관계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던 전과 달리 누구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첫 순서로 시험지를 인수한 부산외대 직원들과 호송책임을 진 무장경관들은 거듭 상자수와 봉인상태를 확인한뒤에야 깨지기 쉬운 물건 다루듯 상자를 밀폐된 트럭적재함에 조심조심 옮겨 실었다.
이미 이날 새벽 이곳에 들어올때부터 여러차례 신분확인 절차를 밟았던 대학직원과 호송관계자들이지만 출발할때 또다시 거듭되는 확인 확인에 번거롭다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트럭적재함의 큼직한 자물통에 봉인이 붙여지고서야 한시간 넘어걸린 인수절차가 끝났다.
트럭에 시동이 걸리자 교육부 파견관들은 그래도 불안한듯 『부디 무사히 가라』고 몇번이나 되풀이 당부했다.
하루종일 전국 40개 대학에 시험지를 발송한 교육부 직원들과 경찰은 인쇄파지나 잔류분 유출을 막기위해 시험당일인 10일 하오4시까지 이곳에 남게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요란한 광경이었으나 모두들 『이렇게 해서라도 다시는 끔찍한 시험지 도난사건이 없어야 한다』는데는 이론이 없었다.<성남=원일희기자>성남=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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