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생활주변엔 비문화의 요소들이 널려 있다. 그중에서 특히 부끄럽고 직접 생명과 수명에 피해를 가하는 것이 음주행태와 운전의 난폭성이다. 건전한 음주문화와 운전문화가 정착되고 성숙하지 못한채 오히려 반문화적으로 움직여가고 있다.「통계로 본 세계와 한국」이라는 통계청 분석에 의하면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 가운데 간암 교통사고 결핵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비문화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수치와 불명예의 기록이라 할만하다.
윤화왕국의 오명과 더불어 우리는 술에서도 과소비 국민으로 꼽히고 있다. 한번 술잔을 들었다하면 2차 3차에 폭음과 과음이 예사롭다. 곤드레 만드레가 될 정도로 마셔야 호탕하게 마셨다는 만취감을 느끼고 즐거워 하는 것이다.
폭음의 통폐는 무궤도한 술자리의 악습으로 인해 더욱 늘어간다. 철철 넘치는 술잔을 주고 받는 버릇,권주의 차원을 넘어선 술잔의 강요,그리고 술독에 빠지기라도 할듯 무한정 마시려는 호기,이런 것들이 주도를 망쳐 놓았다.
악폐중의 고약한 악폐는 이른바 폭탄주의 세례다. 군에서 창안된 것으로 알려진 폭탄주의 순배는 자기주량과 호방감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웬만한 호주가라도 몇잔에 곯아 떨어지기 일쑤다. 한동안 번진 군사문화의 영향으로 이 폐단이 일반사회까지 흐려 놓았다.
음주 풍속도를 뒤틀리게 만든 폭탄주를 군은 스스로 사절한다고 선언했다. 결자해지라고나 할까,다행하고 반가운 소식을 크게 환영한다. 육군본부는 건전음주와 회식문화의 모형을 제시해,조용한 가운데 폭탄주 금지운동이 확산되어가고 있다. 폭탄주 사절만이 아니라 벌주·잔돌리기·강요의 악습도 억제한다니 그 파급효과를 기대할만 하다.
「건전한 군음주문화 확립방안」의 수립을 계기로 우리는 음주문화와 주도의 일대전환을 함께 권장하고자 한다. 본디 우리 선조들은 엄격한 주도를 지켜왔다. 잔잔한 가운데 취흥이 도도해지면 정담을 나누는 것을 낙으로 삼았던 것이다. 후래삼배주니 잔돌리기는 최근에 생겨난 악습에 불과하다. 음주문화가 갈지자로 흔들거리면서 술자리는 거칠어져 가고 타인에 대한 모함이나 욕설이 거침없게 터져 나오게 된 것을 이 기회에 깊이 후회하고 바로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사람이 처음 술을 마시고 다음엔 술이 술을 마시며 결국엔 술이 사람을 마시는 반문화적 음주행태는 하루라도 빨리 청산됨이 마땅한 노릇이다. 무엇보다 사회 엘리트계층과 젊은 세대의 호응이 절실하다. 비문화적인 악폐에 젖어있을 까닭이 없다.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운 음주법을 개발한다는 신선한 움직임이 있기를 바란다.
그까짓 술버릇 쯤이야 하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건전한 교양을 갖춘 국민상을 위해서라도 주도의 재정립이 요구된다. 술은 언제나 잘 마시면 약이되고 못되게 마시면 독이 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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