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예외없이 거짓말을 한다. 미국의 룻거대학과 존슨의대에서 소아과 및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마이클 루이스 교수는 인간은 만2살∼2살반 전에 70%,6살이 되면 1백% 거짓말을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어떠한 의식에서 거짓말을 하느냐다.그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의 거짓말은 맛이 다르고 여자가 남자보다 거짓말을 잘하는 편이다. 여자의 거짓말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하지 않으려는 배려가 남자 보다 많이 숨어 있다. 남자는 자존심에 관련된 거짓말이 많으며 자신의 능력을 실력 이상으로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거짓말에도 종류가 있다. 세가지이다. 그 첫머리에 등장하는 것이 악의 없이 하는 빤한 거짓말이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할머니가 애써 뜨개질 해준 스웨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꼭 마음에 든다고 대답한 경험을 지닌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런 거짓말은 어렸을 때 부모들도 부추겼던 「허가받은 거짓말」이다.
둘째 벌이나 문책을 피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잘못한 행위에 대해 처벌 등이 따를 것 같으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을 했다고 문책을 당할 것을 아는 사람일수록 거짓말을 더 하게 되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은 사회나 국민 등 누군가를 의식한 거짓말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얼굴을 붉힐 줄 아는 거짓말쟁이다.
셋째 자기기만적인 거짓말이다. 자기자신 조차도 속임의 뜻을 지니고 있는 거짓말이다. 남에게 무엇을 해주겠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의 능력밖이라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어떠한 책임이 돌아올 것을 의식하거나 제3자에게 미안한 감조차 갖지 않는다.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거짓말을 할 뿐이다. 입에 바른 거짓말로 바로 정치인의 거짓말이 이에 속한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그 예를 찾는다는 것이 우스운 이야기지만 이번 여·야당의 공천도 좋은 예이다. 오늘의 민자당과 민주당은 탄생할 때 하나같이 민주화·개혁·지역감정 타파 등의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번 공천에 관한 한 그러한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거짓말이었다.
우선 공천 진행방법부터 민주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이다. 몇몇 사람이 국회의원이 마치 자신들의 사병이나 되는 것처럼 방안에 들어앉아 나눠먹기 식으로 정해놓고 국민들 보고 사후 확인도장이나 찍으라고 한다. 선거구민의 의사는 어찌 됐는지 궁금하다. 심한 경우는 A지역에 신청한 사람을 무뽑듯 뽑아내 B지역으로 낙하산 공천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고도 잘했다는 듯이 웃는 모습의 사진을 남겼다.
이에 못지 않게 서글픈 것은 이번 공천에서 지역감정 타파나 개혁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지역감정 해소는 강건너 가버렸다. 지금까지 나타났던 망국의 지역감정도 부족해 이젠 도마다 홀로 서겠다고 경쟁이다. 오히려 정치지도자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처럼 여·야당이 한결같이 외쳤던 명분·약속이 거짓말 이었음을 말해주는 이번 공천은 사람은 있으되 알맹이가 빠져 나간 「공천」이 돼버렸다.
이는 문책을 잊은 사회가 만들어낸 종합작품이다.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에 문책이 뒤따랐으면 최소한도 얼굴이나마 붉히고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자기 기만적인 거짓말까지도 「허가받은 거짓말」처럼 돼버린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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