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코미디 프로중에서 「몰래카메라」가 인기라고 한다. 말뜻 그대로 본인 모르게 카메라를 들이대어 연예인들의 일상과 사생활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훔쳐보는 재미를 안겨준다는 난센스 코미디이다. 그런데 도마위에 오른 그 인기인들이 사생활의 공개에도 화를 내기는 커녕 함께 즐거워 하는 것을 보면 프로이름만 「몰래카메라」이지,사실은 미리 연출된 「공개카메라」인 것만 같다. ◆그런데도 인기가 치솟는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첫째가 사람들에 내재된 훔쳐보기 욕구만족이고,둘째로 유력한 해석이 사회풍조의 반영 탓이라는 것이다. 그 프로가 우리 사회의 어떤 풍조를 모방·풍자하는 지는 쉽사리 짐작이 간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세력들이 힘모으기와 반대세력 내쫓기에 혈안이 되면서 미운털이 박힌 인사들에게 염탐 미행조를 붙이고 있고,더러는 도청녹음까지 마다하지 않아 기를 꺾고 있다는 소문이 아니던가. ◆이러다가는 「몰래카메라」에 이어 오늘의 「낙점공천」을 빗댄 점찍기 놀이 코미디마저 등장하지 말란법도 없겠다. 사실 낙점이란 무엇인가. 조선왕조시대 관원의 임명절차에 다름아니다. 관원을 선임할때 문관과 무관을 사조 병조에서 판서이하 정3품 이상 책임자들이 모여 적격후보자 3인씩을 3년마다 정월에 선발해 올리면 임금이 그중 한사람에게 점을 찍어 정하던 제도인 것이다. ◆오늘의 우리가 어디 조선왕조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도 유독 우리의 「민주정치」는 5백년 세월을 거꾸로 살려는 듯 정월에 때맞춰 낙점소동인 것이다. 조선시대보다 더 고약한 것은 낙점 한가지로 끝나는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천신청자 이름마다 계파 몫의 방점마저 찍혀있고 보니 그런 방점과 낙점들이 얽히고 설키고 하면서 됐다가 떨어지고 떨어졌다가 턱걸이하며 보류되기도 하는 등 난장판인 것이다. ◆우리 정치문화가 언제까지 「몰래카메라」나 조선왕조의 「점찍기」 수준에만 머물러 있겠다는 것일까. 정치가 나라를 이끌기보다 오히려 어지럽혀 마치 집안의 지지리도 못난 형노릇을 하고 있는 오늘의 정치상황 이야말로 진짜 난센스코미디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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