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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주물럭/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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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주물럭/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2.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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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주물럭」은 연례행사나 같다. 대입 당일의 난리가,어떻게든 대입제도를 고쳐야겠다는 여론의 아우성을 부르고,정부가 맞장구를 쳐서,이리저리 대입제도를 주무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 대입제도는 정부수립뒤 40여년에,큰 뼈대만 11차례,잔 손질까지 합치면 30여차례나 바뀌었다. 우연찮게도 그 횟수가 대통령 13대,교육부장관 32대라는 숫자와 엇비슷하게 들어맞는다.그 전통을 받아서,올에도 연례행사는 어김이 없으나 그 양상이 예년과 좀 다르다.

금년 전기 대입은 궂은 날씨와 전동차 고장으로 한 차례 아우성을 불렀고,후기 대입의 시험지 도난사건이 그 아우성을 폭발점으로 이끌었다. 급기야 교육부장관이 갈리고,새 장관은 「대입 주물럭」을 선언했다. 표방은 대학의 자율이다. 94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새 대입방안을 다시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이 나에게는 아무래도 엉성해 보인다. 고칠 것은 고쳐야겠지만,그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논점이 뒤바뀌었다고 할지,비약이 지나치다고 할지,그런 어정쩡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지금 대입제도에 문제가 많고,그중 으뜸이 대학자율 침해에 있음은 더 말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번 시험지 도난사건은 분명 대입관리의 문제이지 대입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법규에 비추어 책임을 따진다 해도,그 1차적인 책임은 대학 몫이다. 그래서 사건의 충격은,대입을 대학자율로 환원해야 한다는 명분이 너무나 뚜렷하기에,더 컸다고 할 수도 있다. 대학의 대입관리 능력은 과연 충분한가,이래 가지고도 대입의 대학자율이 가능할까 하는 회의를 부른 것이다.

이런 의구심에 불을 지핀 것이 금년 몇몇 대학에서 드러난 「빗나간 부정」의 채점부정이다. 그 의구심의 가까운 배경에는 작년에 잇따라 터진 입시부정이 깔려 있다. 대학자율의 명분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시험지 도난사건의 뒤의 아우성은,곧장 대학자율의 합창으로 폭발했다. 한날,한시,전국에서 동시 실시하는 시험제도가 사건의 주범인 듯이 몰아 세운다. 이 아우성을 끝까지 밀어 간다면,처방은 대학자율=대학별고사 뿐이란 얘기가 된다. 실제로 그런 뜻의 말을 하는 대학관계자가 적지 않다(한국일보 1월24일자). 그러나 과연 이것이 옳은 처방일까.

마땅히 대입은 대학이 자율해야 옳다. 그것이 이상형이다. 그러나 대입의 대학자율이 많은 제약 속에 있음도 엄연한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대입은 대학과 수험생,이들을 배출하는 중등교육 등 3자 관계로 규정된다. 그래서 대입이 고교교육과 학습분위기에 미치는 2차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대학자율도 이점에서 제약을 받는다. 국가의 조정역할도 불가피하다. 대학자율=대학별고사의 도식은 이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또 대입은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라는데서 오는 당연한 제약이 따른다. 대입의 타당성·공정성·신뢰성에 관계되는 제약이다. 이 제약을 조금이라도 극복하는 길은 다양한 판단자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 스스로 다양한 판단자료를 다 장만할 수는 없다. 대학자율=대학별고사는 이 상식에도 어긋난다.

그렇다면 대입의 대학자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누구가 작성한 것이건,다양한 판단자료를 스스로 판단하여 독자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함이다. 이 경우 여러 대학은 제가끔의 교육이념과 건학정신이나 학풍,학문분야나 과별특성을 고려하여,다양한 판단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대학마다 다양한 대입제도가 생겨남으로써 대입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94학년에 시행할 「고교내신+수학능력시험+대학별본고사」의 새 대입방안은 현행 대입제도보다는 크게 진전된 것이라 할만하다. 비록 이 방안에는 「내신 40%이상 반영」 「본고사 3과목이내」 등의 제약이 있고,흔히는 이 방안으로 ①내신 1백% ②내신+수학능력시험 ③내신+본고사 ④내신+수학능력시험+본고사의 4가지 방식이 가능한 것으로 설명이 되고 있으나,이 방안은 그보다 훨씬 많은 다양화의 가능성을 담고다.

예컨대 내신만으로 몇%,내신+수학시험으로 몇%,본고사만으로 몇%,나머지를 총점으로 사정한다면 좀 더 다양한 신입생을 선발할 수가 있다. 수학시험의 특정과목 성적만을 반영하거나 가중점을 줄 수도 있다. 그것으로 그 과목의 본고사를 생략한다면 본고사 과목의 여유가 생긴다. 내신+수학시험으로 1차 합격자를 뽑고,그들만 본고사를 치르게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가 있다. 이로써 일정수준의 기초학력을 지닌 학생들만을 놓고 보다 찬찬하게 살펴서 최종합격자를 선발할 수가 있다. 이런 변형을 앞의 4가지 방식과 배합한다면 다양화의 폭은 더 넓어진다.

각 대학으로서는 이렇게 많은 변화 가능성을 활용하여,어떻게 하면 보다 우수한 학생,우리 대학,우리 학과에 알맞는 학생을 뽑을 수가 있을지를 궁리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해서 다양한 대입제도가 생겨난다면 총점주의의 커트라인은 의미를 잃게 된다. 대학과 수험생의 서열화도 어느 정도는 완화가 된다. 수험생의 처지에서는 그로써 다양한 대학진학 기회가 생기고 선택폭도 넓어진다. 이런 효과가 기대가능한 것이라면 내신반영 비율과 본고사 과목의 제한을 완화하거나 없앨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대입의 대학자율을 이뤄가는 길이다.

다만 새 대입방안의 함정은 소위 일류대학이,예를 들어 「내신 40%+수학시험 30%+본고사 30%」의 총점주의를 채택하는 경우 타대학들이 이를 뒤따라서,결국은 대입방식이 획일화 되거나,같은 또래 대학까리 획일적인 선발방식을 「담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 대입방안은 의미를 잃는다. 이것이 바로 대학이 말하는 대학자율에 역행하는 것임은 말할나위가 없다.

그래서 나는 「대입 주물럭」의 아우성보다는,94년 새대입방안에 따른 대학별 학생선발 방침에 더 관심을 쏟는다. 이달말까지 교육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그 대학별 방침에서,어느정도까지 다양성과 독자성을 발견할 수 있을지가,앞으로의 대입을 점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가 생각하기 때문이다.<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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