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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국학/원인성 런던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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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국학/원인성 런던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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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는 두달에 한번꼴로 한국관계 행사가 열린다. 그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서양사람 셋이 있다. 런던대학교 동앙아프리카대학(SOAS)의 한국학 교수들인 도이칠러,하워드,킹 박사가 그들. 유교철학,한국음악,한국어를 각각 전공하고 가르치는 이들은 한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는데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해 더욱 눈에 띄는 존재이기도 하다.이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어쩌다가 한국관계 학문을 전공해 인연을 맺게된 한국학 학자의 차원은 이미 넘어서 있다. 한국과 관계있는 모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고 영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관심이상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스위스 태생의 도이칠러 교수는 유럽한국학연구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고 미국인 킹 박사는 외국인에게 적합한 한국어 교재를 만드느라 바쁜 시간을 쪼개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다. 얼마전 런던대에서 사물놀이 시범공연을 조촐하게 벌이기도 했던 하워드 박사는 BBC라디오에서 한국의 정통음악가들을 소개하는 프로를 방송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된 꿈을 하나 갖고 있다. 런던대의 SOAS를 유럽내 한국학 연구의 본산으로 만드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한국학 연구나 강의가 분산돼 있는데 비해 이미 한국인 두명을 포함해 다섯명의 강사진을 갖고 있은데다 한국학으로 학위도 수여하고 상당량의 관계서적도 갖추고 있는 만큼 그런 꿈을 가질만도 하다.

문제는 역지 자금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을 통해 어느정도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꿈을 실현하기에는 어림도 없다. 게다가 영국정부는 갈수록 교육재정 지원을 줄이고 있고 한국학을 위해 투자할 역력은 더더욱 없다. 결국 한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을 마련해 장기적인 한국학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것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옆에 붙어있는 일본학과와 비교해가며 한국도 이제는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만 제2의 일본으로 도약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들의 충고가 한국기업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을 지닐지 알 수 없다.

5일 한국학과 주최로 열린 한반도 통일에 관한 세미나를 지켜보면서 이들의 꿈이 실현될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 그만한 투자효과는 오리라는 확신이 선다. 이날 행사는 지금까지 열린 어떤 한국관계 행사보다 성황을 이뤘고 한국의 실정을 영국인에게 잘 알릴 수 있었던 모임이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홍보가 절실한 시점에 와있고 한국을 아는 외국인을 많이 길러내는 것이 유용한 수단이될 수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과제를 한국을 잘알고 한국을 사랑하는 몇몇 외국인에게만 맡겨놓는 것은 우리의 의무를 기피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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