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 퇴임… 호스피스제등 간호학 큰 업적이달말 정년퇴임하는 연세대 간호대학 왕매련교수(65)는 38년 동안의 긴 한국생활을 차근차근 정리하며 감회에 빠져있다.
미 뉴욕출신으로 본명이 매리언 킹즐리인 왕 교수는 그곳에서 간호학과 신학을 전공한 뒤 54년 감리교단 선교사로 낯선땅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강릉에서의 복음전도와 봉사활동을 거쳐 57년 연세대에서 기초간호학 강의를 맡은이래 왕 교수가 길러낸 제자는 1천명이 넘는다.
70년 인천간호전문대 설립에도 앞장섰던 왕 교수는 무엇보다 88년에 국내 처음으로 세브란스병원에 호스피스(임종간호)제를 도입,정착시킨 공로자이다.
간호대학생시절 무기력하게 숨져가는 환자들을 보며 죽음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느껴 이 일에 열성을 보였던 왕 교수는 요즘 혈육의 죽음을 경험한 유가족관리에까지 관심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바쁜 귀국준비 틈틈이 이 분야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선교와 강의 외에도 왕 교수의 철저한 자기관리는 그 자체가 제자들에게 좋은 교육이다. 미혼이라 아플 때면 정작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평소 매주 섭취해야할 영양소를 계산,식단을 짜고 엄격히 지킨다.
또 매달 지급되는 봉급중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한 모두를 어려운 환자들에게 주어왔다. 지난해 보았던 영화 「미션」에 크게 감동해 한번더 보려했다가 「같은 영화를 두번 보기에는 인생이 짧다」는 생각에서 그만두었을 정도이다.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기억으로 77년 미국서 세차례 시력수술을 받고 「한국에 돌아갈 수 없다」는 의사의 판정을 받았을때를 떠올릴 만큼 왕 교수는 한국에 바친 삶을 후회해본적이 없다.
한국에 있는 동안 왕 교수는 부모를 여의었다. 왕 교수는 이제 형제들만 있는 뉴욕에 돌아가더라도 도로 진짜 미국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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