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서 자국무기 화물선 회항조치/국방부 “합법적 질서유지 임무” 주장/국제적 행동반경 확대 노린 계산된 「사건」 “의혹”【베를린=강병태특파원】 독일 해군 함정들이 전후 최초로 지중해 공해상에서 무기를 실은 독일 화물선을 회항시키는 「경찰활동」을 감행,독일해군의 활동 영역 및 역할확대와 관련해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독일정부는 지난달 29일 저녁 지중해 시실리 섬 남동쪽 공해상을 항해중이던 독일 화물선 고데빈트호를 인근해역의 해군함정을 시켜 저지한뒤 독일로 회항토록 했다.
독일정부 발표에 의하면 고데빈트호는 체코회사가 시리아에 수출한 체코제 T72탱크 16대를 싣고 있었다. 이 탱크는 체코정부가 시리아에 수출을 허가한 2백50대의 탱크중 일부로,고데빈트호는 체코수출 회사의 용역으로 수송만을 맡은 것이었다.
그러나 독일정부는 최근 강화된 무기수출 규제법에 따라 독일선박이 분쟁지역으로의 무기수송을 맡는 것도 불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독일검찰이 29일 수사에 착수했고,정부는 지중해에서 훈련중이던 5척의 해군편대에 고데빈트호의 회항조치를 지시했다는 것.
이 유례없는 조치에 대해 독일정부 관계자는 『강화된 무기수출 규제법을 적극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대해 독일해군이 「경찰」 기능을 수행하거나 공해상에서 방어적 목적외에 「힘」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해군측은 공식적으로는 『고데빈트호에 검찰의 회항지시를 전달,이를 설득했을 뿐이며 고데빈트호 선장도 순순히 응했다』고 해군의 역할에 대한 확대해석을 피하려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실제 고데빈트호는 당초 국제해역에서의 해군함정의 정선지시에 불응했고,이 때문에 해군함정에서는 헬기까지 동원하는 등 「실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독일로의 회항에도 프리깃함 브레멘호가 호송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것은 정부의 공식입장과는 대조적으로 해군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비공식적으로 해군의 역할 확대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독일 해군이 국제해역에서 합법적인 질서유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이상할게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됐다.
일부에서는 독일정부가 처음부터 독일해군의 역할 확대에 선례를 마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국제해역으로 이 「사건」을 끌고 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독일정부가 고데빈트호에 탱크가 적재된 것을 미리 알고서도 지중해에 갈때까지 모른체 한 흔적이 짙기 때문이다.
고데빈트호는 지난달 12일 폴란드 슈테틴 항에서 문제의 탱크를 싣고 출항했다는데,이때 폴란드 언론이 공개적인 적재광경을 촬영해 보도했었다. 폴란드 항구에서 적재한 것은 수출국 체코에는 항구가 없기 때문이다.
고데빈트호는 3일뒤인 지난달 15,16일 이틀간 독일 북부 함부르크항에 기항,시실리행 화물인 굴삭기를 적재한뒤 다시 출항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정보채널을 통해 고데빈트호의 무기수송 사실을 모를 리 만무한 독일당국이 왜 함부르크항에서 간단히 고데빈트호의 출항을 막지 않았느냐는데 있다.
이에 대해 독일정부는 『29일에야 폴란드 슈테틴에서 탱크를 적재한 선박이 독일화물선이고,지중해를 항해중임을 확인,긴급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이같은 의혹과 독일정부의 의도에 대해 언론과 해군전문가들은 『국제해역에서의 해군활동은 본질적으로 단순한 군사활동이 아닌 고도의 정치적 행동』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는 곧 이번 지중해에서의 독일해군의 사상 첫 「경찰」 활동이 비록 독일선박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독일해군과 독일의 국제적 행동반경 확대를 모색하는 계산된 조치임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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