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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회장 파트너 선택」의 속사정(화제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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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회장 파트너 선택」의 속사정(화제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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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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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우보유 원유」에 “군침”/소산 공급중단… 에너지난 극심/공장 문닫고 목탄차까지 운행/대우측도 현물대금 처리문제에 “돌파구”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방북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남한기업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김 회장의 방북을 범정부적 차원에서 대처한 사실만 보더라도 북한은 이번 김 회장의 방북을 경제난 타개의 돌파구로 삼으려했다는 점을 알수있다.

김일성주석은 경제난국의 활로를 뚫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김 회장을 「칙사」처럼 대접하고 경제회생의 길잡이로까지 여겼다는 점은 평양방송이 김 회장의 방북상황을 집중보도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과거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나 문선명목사의 방북목적이 경제협력에 있었만 겉으로는 「고향방문」이란 사실을 애써 강조했던 북한언론들은 김 회장의 방북때는 김 회장의 고향이 북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점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또 김 회장 자신이 밝혔듯이 북한측은 대우그룹 일행이 원하는 곳을 다 보여줄만큼 적극적이었다.

익히 알려진 바와같이 북한은 소연방의 해체와 동구의 체제전환으로 기존의 대외경제관계가 붕괴됨에 따라 경공업 등의 원자재 확보와 제품판매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식량난과 에너지난의 가중으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측이 김 회장을 협상파트너로 선정한 것은 이같은 경공업의 위기와 에너지난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섬유산업 등 경공업수출에 비중을 두고 시장개척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우그룹을 파트너로 선정하여 남포에 와이셔츠·블라우스·재킷·가방·신발·메리야쓰·봉제완구·양식기 등 8개의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측이 원유 및 전력부족 등 에너지난을 해소하기 위해 김 회장을 협상파트너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우가 리비아로부터 건설대금으로 받은 원유의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북한이 김 회장에게 원유공급을 약속받는 대신 남북 경제교류에서 우월적 지위를 주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구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사실상 원유공급이 중단돼 극심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무엇보다도 원활한 석유공급이 최상의 목표였으며,리비아로부터 건설대금으로 받은 원유의 처리에 고심해온 대우는 리비아산 원유를 북한측에 공급함으로써 골칫거리가 해결돼 양측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관련,김 회장은 이번 방북직전인 지난달 1일 리비아를 방문,북한에 원유를 수출하는 문제를 최종 점검했으며 이보다 며칠앞서 김달현 북한 부총리겸 대외경제위원장도 리비아를 방문,석유도입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지난 90년초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소련의 원조로 가동되고 있던 북한최대의 정유시설인 선봉 원유공장에 원유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북한진출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당시만해도 석유부족이 극심하지 않아 이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그 이후 구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원유공급이 사실상 중단되자 김 회장의 방북직전 연간 3백50만톤의 원유공급을 대우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현재 겪고있는 가장 큰 애로사항이 에너지 부족이라는 사실은 김 회장의 방북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 회장은 전경련서 가진 방북결과 보고에서 『북한은 전력이 부족하므로 새롭게 중화학공업을 하기에는 기초투자가 필요한만큼 경공업합작에 합의했다』고 말해 북한의 에너지난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또 대우그룹 일행이 북한의 최대시멘트공장을 들렀을때 이 공장의 책임자가 『전기가 모자라 시멘트를 생산능력 연간 1천5백만톤을 크게 못미치는 1천만톤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만큼 북한은 전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석유부족현상은 더욱 심각해 정찰용 군용비행기가 뜨지못하고 어선의 출어가 제약받고 있으며 휘발유 부족으로 목탄차가 운행되는 등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원유공급량은 지난 88년 3백16만톤에서 90년에는 2백52만톤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연간 70만톤까지 싼값으로 공급하던 구 소련이 90년에 공급을 중단했고 연간 1백50만톤을 공급하던 중국도 원유대금의 경화결제를 요청함에 따라 한층 더 어려워지고 있다.

대우그룹은 리비아로부터 건설대금으로 받은 원유의 처리에 크게 고심해왔다. 대우는 80년대부터 이를 국내에 들여오려고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원가 및 수송비가 중동산보다 배럴당 3∼4.5달러나 비싼데다 정유업계의 반발로 유럽시장에서 처리해왔으나 석유메이저들과의 경쟁이 되지 않아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대우가 리비아로부터 건설대금으로 받은 원유는 지난해말까지 1억6천3백만배럴(해외건설협회 집계)에 이른다. 지난 87년 4천3백86만배럴에 달했던 리비아산 원유도입량(건설대금)은 91년엔 6백58만배럴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전체 건설대금 2억5천만달러의 절반이상인 1억4천5백만달러를 원유로 지급받았다. 대우는 현재 리비아에서 트리폴리의 주택 5백세대·중앙병원,벵가지의 주택 7백세대·공공시설개발 등에 참여,시공중의 계약금액만도 30억달러에 이르러 앞으로도 많은 양의 원유를 건설대금으로 받아야할 형펀이다.

대우는 리비아로부터 받은 원유의 처리에 크게 고심,이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지난 85년에는 동자부에 요청,「정책원유」라는 명목으로 국내정유사에 강제 할당하기도 했다. 또 정부와 사전협의없이 1백80만배럴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울산에 들여와 한달반동안 무작정 정박시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우는 지난 86년 벨기에의 앤트워프에 있는 한 정유공장을 인수,리비아로부터 받은 원유를 이곳에서 정제해 유럽시장에 판매해왔으나 시장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정유공장의 정제능력은 일산 6만배럴밖에 되지 않아 석유 메이저들과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대해 통일원은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이 정권세습 이후의 북한체제를 오히려 안정시켜 경협 및 교류협력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도 북한이 김 회장을 협상파트너로 선정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그동안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여러차례 방북하면서 대북 창구역할을 자임해왔지만,여러가지 사정으로 달라졌다는 것. 정 전 명예회장의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도 작용했겠지만,구 소련·중국·리비아 등 미수교 공산국가와의 사업추진 과정에서 실적을 올렸던 김 회장을 선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해 5월 평양 축구대회를 참관키위해 방북한 김 회장을 당시부터 협상파트너로 점찍었을 것이라는 얘기다.<김주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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