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에겐 명절이 괴롭다. 남들처럼 쉬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으레 방범비상령 따위로 평소보다 훨씬 더 격무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서울 송파경찰서 형사계 이상태순경(35)도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못한 지친 몸으로 4일 저녁 다시 무장탈영병 체포를 위한 검문검색에 나섰다.
이 순경은 밤11시쯤 캄캄한 가락동거리에서 유독 환한 「등」 카페의 불빛을 보는 순간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들어선 카페안에는 주인(40)과 종업원등 여자 3명만이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 순경이 공연히 불안했던 가슴을 쓸어내리고 『문단속을 잘하라』고 말한뒤 문을 나서려는 순간 문제의 탈영병 오세호하사(21)가 뛰어들었다.
직감적으로 『이자다』하는 생각이든 이 순경은 자신의 가슴을 겨눈 M16자동소총 총신을 한손으로 틀어쥔뒤 오하사를 업어 메쳤다.
뜻밖의 기습에 혼비백산한채 총을 놓치고 달아나려는 오하사를 다시 문앞에서 넘어뜨려 유도의 누르기 동작으로 3∼4분을 버티다 종업원의 신고를 받고 달려온 동료들과 함께 수갑을 채웠다.
오 하사의 총에는 30발이 장전돼 있었고 인근에 75발이 또 숨겨져있는 것을 찾아내 모두 회수했다.
『총구를 보는 순간 머리털이 다 일어서는 느낌이었으나 순간적으로 여기서 잡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순경은 「대전과」를 거두고도 『누구든 경찰이라면 같은 상황에서 같은공을 세웠을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강원 춘천생으로 동국대 3년을 가정형편으로 중퇴한 이 순경은 유도 3단의 실력으로 86년 무도경관 시험을 통해 경찰제복을 입었으며 90년1월에는 서울 은평구 북가좌동 슈퍼마켓 4인조 강도를 혼자 붙잡기도 했다.
부인(33)과 딸(3)에게 설날을 함께 못지내 미안한 심정뿐이라는 이 순경은 5일에도 집에 못들어 간채 또 다시 방범근무에 나섰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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