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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호텔/해방후 격동속 「작은 정부」로 “위세”(그때 그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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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호텔/해방후 격동속 「작은 정부」로 “위세”(그때 그자리)

입력
1992.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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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당때 황금기… 각의 열리기도/외국귀빈의 전용숙소로도 명성/5·16땐 장면총리 맨발피신 일화 유명한국의 근·현대사에 숱한 야사와 함께 족적을 남긴 「그때 그자리」 중에서 반도호텔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중구 소공동 지금의 롯데호텔 자리에서 지난 74년까지 38년 동안 「군림」했던 반도호텔은 미 군정시절에는 군정의 지휘본부로,자유당정권때는 「작은 정부」로 막강함 과시했고 민주당 내각은 이곳에서 각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반도호텔은 1936년 일본의 신흥재벌 노구치중(야구준)이 세웠다. 압록강상류 수풍댐과 흥남질소 비료공장을 설립,떼돈을 번 노구치는 사업차 서울에 들렀다가 조선호텔에서 모욕을 당하고 반도호텔을 지어 일본인 특유의 오기를 과시했다는 설이 있다.

작달막한 키에 작업복을 즐겨있었던 볼품없는 노구치가 당시 총독부에서 경영하던 조선호텔에 투숙하려다 프런트에서 퇴짜를 맞자 5층 높이의 조선호텔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자리에 8층짜리 반도호텔을 지었다는 것이다. 노구치는 그의 사무실을 조선호텔의 높이와 같은 5층에 두고 아침 저녁 조선호텔을 건너다보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한다.

반도호텔은 해방과 함께 미 제24군단 사령부가 주둔하면서 사령부 사무실겸 장교숙소로 사용됐다.

당시 반도호텔은 이승만 김구 김규식 등 국내 거물정치인들이 하지중장을 만나는 장소로 정부수립의 산실역할을 했다.

47년 8월까지 2년 동안 반도호텔에 머물렀던 하지중장은 잠은 경비가 완벽한 반도에서 자고 식사는 조선호텔로 가서 하는 바람에 두 호텔 사이에 뒷문이 생겨나기도 했다.

6·25가 끝날때까지 미8군 서울지구사령부가 주둔한 반도호텔은 53년 8월 한국정부의 손으로 넘어오면서 뒤늦게 호텔구실을 제대로 하게 된다.

교통부가 관리책임을 맡아 미국인 기술자를 초빙해 건설고문에 앉히고 한국군 공병단을 투입,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벌였다. 이때 들어간 내부시설만도 2백만다러에 달했다. 당초 8층에서 1층을 더 올리고 스위트룸 28개,트윈룸 45개,더블룸 29개,싱글룸 9개에 대연회장과 스카이라운지를 갖춰 현대식 호화호텔로 손식이 없게 꾸몄다.

반도호텔은 자유당시절 최고전성기를 누렸다.

이승만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월남의 고 딘 디엠대통령을 비롯,휴버트 험프리 미 부통령과 미국의 대재벌 록펠러 등 외국의 최고귀빈은 예외없이 이곳에서 묵었다. 자유당 2인자 이기붕은 809호를 전용사무실로 쓰면서 당무회의를 주재하는 등 권력을 주물렀다.

또 곽영주 등 경무대팀은 자기집을 드나들듯 하며 국정감사반조차 얼씬못하게 했다.

민주당정권때도 장면총리가 709호와 809호를 함께 쓰며 정무를 보았다.

5·16이 터진날 새벽 709호에서 부인과 함께 묵고있던 장 총리가 맨발로 뒷문을 통해 서울 혜화동의 수녀원으로 피신한 일은 너무나 유명한 일화다. 63년 8월에는 관리권이 교통부에서 국제관광공사로 넘어가면서 경영효율화를 위해 조선호텔과 통합됐고 워커힐 등 호텔이 잇달아 생기면서 2류호텔로 전략할 수 밖에 없었다.

60년대에만 2차례 반도호텔 총지배인으로 근무했던 방성칠씨(75·프레지던트호텔 고문)는 『지금도 반도호텔에서 일한 것을 긍지로 삼고 있다』며 『반도호텔이 헐릴때 오랜 친구를 잃는 것 같아 무척 가슴이 아팠다』고 회고했다.

방씨는 『반도호텔의 황금기였던 자유당시절에는 반도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하나의 특권으로 통했다』며 『그 당시 국가의 모든 중요한 정책결정이 반도호텔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호텔의 왕으로 38년간 격동하는 역사를 말없이 지켜본 반도호텔은 74년 6월 문을 닫았다.

적자운영을 견디다 못한 국제관광공사가 롯데그룹에 매각,롯데측이 그자리에 초현대식 롯데호텔을 지었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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