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나 어린이에게 친척·친지들이 돈을 주는 것은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풍습이다. 『용돈으로 쓰세요』라거나 『학용품 사는데 쓰거라』라는 말과 함께 적당한 액수의 돈을 노인과 어린이의 손에 쥐어주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흉허물없이 정을 표시하는 방법이다.그런데 요즘 젊은 부모들중에는 자기 자녀에게 누가 돈을 주는것을 거절하고,세뱃돈까지도 미리 주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의 돈을 받는것은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인데,이렇게 가정교육이 돼있는 어린이들은 돈뿐 아니라 과자나 과일 등의 선물도 절대로 받지 않아서 어른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나도 어렸을때 친척친지들이 주는 돈을 받은적이 있고,특히 설날에는 세뱃돈을 받는것이 큰 기쁨이었다. 아이들은 세뱃돈을 열번 스무번 세어보며 서로 비교해 보곤 했는데,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그 돈을 어머니가 몰수하였다. 어머니가 보관했다가 학용품을 사주겠다는 말에 저항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아이들은 돈을 셀줄만 알았지 직접 쓸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가 돈을 받았던 것이 「비교육적」이었다는 느낌이 별로 없는 것은 그만큼 아이들이 돈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몰수한 세뱃돈은 틀림없이 우리들의 학용품을 사는데 유용하게 쓰였을 것이며,어른들은 그 점을 참작하여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아이들에게 넉넉하게 세뱃돈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돈쓰는 일을 매우 잘알고 있고,집과 학교주변에는 아이들을 유혹하는 환경이 널려 있다. 또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세뱃돈을 학용품 사는데 보태야 할 형편도 아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돈을 주지 말아 달라는 부모들의 부탁에도 일리가 있다.
이럴 때 돈 대신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로 많은 사람들은 도서상품권을 들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졸업·입학의 선물로도 잘 어울릴 것이다.
현재 발행되는 도서상품권은 5천원권 한종류로 전국 가맹서점에서 팔고 있는데,서울 종로서적의 경우 설날직전에 하루 2천여장을 팔아 평소의 4∼5배 실적을 올렸다고 한다. 도서상품권을 사가는 사람들은 기업과 개인이 반반이고,아이들에게 세뱃돈 대신 주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어른이 되어서까지 잊히지 않는것은 책 선물이다. 어렸을 때 읽던 「소년세계」와 「새벗」,그 잡지를 사다주던 어른들을 나는 아직도 따뜻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줄 새돈을 바꾸러 은행에 가는 정성으로 서점에 가서 도서상품권을 사는 어른들이 늘어난다면 침체에 빠진 출판경기도 활기를 띨 것이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모든 어른들이 기뻐진다.<편집국 국차장>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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