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는 달리 체질변화 급격/골다공증·심혈관질환 위험 커/호르몬요법 “안전”… 의사들부터 인식 바꿔야50대전후의 여성들이 「늙어가는 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갱년기증세」의 치료법을 연구하고 계몽하는 폐경학회가 출범했다. 초대회장에 선출된 이진용박사(서울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주임교수)를 만나 폐경기 치료가 왜 필요하며,어떤 치료방법이 있는지 들어본다.
▼남자의 갱년기와 달리 여자의 갱년기가 특별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남자와 여자는 성선의 기능이 다릅니다. 남자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성선기능이 살아있지만,여자는 70만개 정도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 50세 전후까지 그 난자가 모두 소모되면 생식기능을 잃는 것과 함께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분비도 끊어집니다. 에스트로겐은 성기능뿐 아니라 칼슘대사,지질대사,열조절 등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에스트로겐 분비가 끊어지면 골다공증,심혈관질환이 진행되거나 위험이 높아지고 열성홍조로 고통을 겪게 됩니다. 비뇨생식계통 위축,기억력 감퇴,집중력 약화,불면증,정서불안 등이 겹치기도 합니다.
남자의 갱년기는 완만한 노화과정인데 비해 여자의 갱년기는 급격한 체질변화를 수반하여 견디기 힘들고,방치할 경우 다른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여자의 갱년기는 남자의 갱년기와 달리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별다른 증세없이 폐경기를 넘기고 있는 여성들도 치료를 받아야 합니까.
『전체 여성중 30% 정도는 고통스런 증세없이 폐경기를 넘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여성들도 골다공증,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은 똑같이 높으므로 의사들은 치료받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끊기면 뼈에서는 3∼5%의 칼슘이 빠져나가 10년이 지나면 3분의 1내지 2분의 1의 칼슘을 잃게 됩니다. 그렇게 약해진 뼈는 쉽게 골절이 되고,허리가 구부러지기도 합니다. 또 에스트로겐은 고밀도 지단백질을 높이고 저밀도 지단백질을 낮추는데,에스트로겐이 떨어지면 반대현상이 나타나 심장병과 혈관질환이 진행되기 쉽습니다. 40대 초반 여성의 심혈관질환 발병률은 1천명당 20명 미만인데,40대 후반에는 4배로 증가하고 50대 이후에는 6배로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골라공증에 의한 노인골절도 남자의 20배나 됩니다.
그러므로 폐경기 여성들은 갱년기증세가 있든 없든 일단 병원에 가서 의사와 치료여부를 의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골다공증의 진행에도 개인 차이가 있습니까. 어떤 경우에 칼슘손실이 더 많습니까.
『운동량이 적고,몸이 말랐거나 작고,출산경험이 없고 흡연·음주를 하는 여성일수록 손실도가 높습니다. 아시아여성중엔 몸이 말랐거나 작은 여성이 많으므로 더 주의해야 합니다. 젊어서 골밀도가 높았던 사람은 골다공증 진행이 낮기때문에 젊어서부터 운동을 많이하고 영양섭취를 골고루하여 뼈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폐경기에 이르면 에스트로겐 치료를 하더라도 골손실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뿐 이미 잃어버린 성분이 보충되지는 않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들중에도 갱년기 치료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을 설득할 생각입니까.
『폐경학회의 두가지 큰 목표는 폐경에 따른 호르몬 변화와 대사변화를 연구하고,사회·경제적으로 갱년기 치료가 왜 필요한지를 널리 계몽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계몽해야할 1차대상은 의사들입니다. 의과대학을 나온지 오래된 개업의들은 일반적으로 호르몬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서 갱년기 여성들이 고통을 호소해도 「자연현상이니 참고 견디라」는 충고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70년대 후반까지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을 시행했기 때문에 자궁내막암과 유방암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았고,호르몬요법은 최소량을 최단기간 쓰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부터 항에스트로겐 작용을 하는 프로제스테론(황체호르몬)을 같이 복용케한 후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의 위험은 사라졌습니다. 이점에 대해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의사들이 많으므로 세미나,연수 등을 통해 계몽할 생각입니다. 갱년기 치료를 위해 투여하는 호르몬양은 피임약의 40% 정도이므로 부작용을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일의 한 연구결과를 보면 특정지역의 페경기 여성들에게 호르몬 치료를 하는 비용으로 1백30만마르크가 들었는데,호르몬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다른 질병으로 인한 치료비가 6∼7배는 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인간의 평균수명은 점점 길어져서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75세를 넘어섰는데,전생애의 3분의 1이나 되는 폐경기 이후의 삶을 여성호르몬 부족상태에 방치해둔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폐경기 이후에도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처럼 갱년기치료란 사회·경제적으로도 의미가 큰 것입니다』
▼폐경기란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반드시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좀더 광범위한 계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성들 자신이 미리 대비하고,다른 가족들도 옆에서 도울수 있도록 간단한 계몽책자를 만들어 배포할 계획은 없습니까.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대한 계몽전단을 배포하듯 폐경기에 대해서도 널리 알려야 합니다. 여성들이 자신에게 닥쳐올 폐경기증세가 어떤 것인지를 미리 알고 대비한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약회사 등의 협조를 얻어 계몽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어머니교실 등에서 특강도 많이 할 계획입니다』
▼호르몬요법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약으로 먹는 방법과 피부에 붙이는 패취방식이 있습니다. 에스트로겐을 25일 정도 공급하고 마지막 10일정도는 프로제스테론을 같이 공급하여 에스트로겐 때문에 증식된 자궁내막을 분화 탈락시키는 멘스를 하게 됩니다. 많은 여성들이 호르몬요법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노년에 이르도록 멘스를 해야하고,그에 따른 임신의 위험을 느끼기 때문인데,스스로 난포에서 호르몬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므로 멘스를 한다해도 임신 가능성은 없습니다.
치료는 간단하지만 반드시 의사의 지시를 받아야 하며,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간기능검사·골밀도검사·유방암검사·자궁검사 등을 연 1회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약값은 한달에 1만원정도 입니다』
▼다른나라 여성들은 몇퍼센트 정도가 갱년기 치료를 받고 있습니까.
『의사들이 자신을 가지고 호르몬 치료를 권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부터인데,영국에서는 폐경기 여성의 30%가 치료를 받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갱년기 치료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점점 일반화하고 있으며,우리나라에서도 꽤 늘어나고 있습니다. 갱년기 증세로 고통을 받던 여성들이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열성홍조,집중력 약화,정서장애 등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게 좋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폐경학회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종합적인 자료를 갖추고,꾸준히 연수교육을 실시하면 더 많은 여성들이 치료를 받게 될 것입니다』<대담:장명수 편집국 국차장>대담:장명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