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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배역/정신대 연기 채시라양(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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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배역/정신대 연기 채시라양(탈)

입력
1992.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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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분노 빨리 식어버린것 같아 불만”단한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남의 삶을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연기자의 가장 큰 특권일 것이다. 단순하게 흉내 내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표출해 낼 때 좋은 연기,뛰어난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 법이다.

최근 대단한 인기를 끌고있는 TV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탤런트 채시라양(24)은 여주인공 「윤여옥」의 삶을 자기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훌륭한 연기자라는 평판을 얻게됐다.

채양은 이 드라마이후 윤여옥의 눈으로 역사와 사회를 보게됐다고 한다.

윤여옥은 일제때 독립운동가의 딸로 열입곱나이에 정신대로 끌려가 만주,남태평양의 사이판을 전전하며 비참한 생명을 부지하다 광복후에는 좌우이데올로기의 대립속에서 희생되는 기구한 여인이다. 고난으로 점철된 이 나라 근세사 그 자체인 셈이다.

채양은 무엇보다 정신대 「생활」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골방에 갇힌채 일본군의 성욕처리기계로 짐승같은 생활을 할때,광복후 재판정에서 윤여옥의 정신대생활을 매춘시하는 검사의 논고를 들을때는 분노가 치밀어 눈물을 흘렸다.

마침 미야자와 일본총리의 방한에 앞서 방영된 정신대장면은 그후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는 여론을 환기시키는데도 큰 계기가 됐다.

대원여고 1년때 CF모델로 데뷔,올해로 연기생활 8년째인 채양은 현재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반이다. 어설픈 대사나,몸짓으로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두려운 배역」을 맡고 정신대관련 기록을 찾아 읽거나 초췌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5㎏ 이상 체중을 감량하는 등 전에 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윤여옥이 되면서 비로소 절실한 역사의식을 갖게 됐다는 채양은 『정신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일본총리가 돌아간 뒤 너무 빨리 식어버린 것이 불만』이라고 말하고 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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