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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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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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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이란 무엇인가,고향은 왜 찾아 가는가. 지금쯤 고향집에 앉아 환한 웃음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며,아니면 고향길이 어찌 이리 더디냐고 차속에서 짜증을 내는 귀향객도 있을 것이다. 고향이란 말은 언제나 정감이 철철넘쳐 흐른다. 조지훈 시인의 표현대로 고향의 산천은 어떠한 이름난 명승지 보다도 아름다운 곳이다. ◆거의 비슷한 뜻으로 써도 귀성과 귀향은 국어사전에선 의미가 조금 다르다면 다르다. 귀성은 객지에서 부모를 뵈러 고향에 돌아감에 무게가 더욱 실렸다. 그렇다면 부모가 안계신 고향으로 간다는 것은 귀향에 가까울 것 같다. 그러나 고향에 선산이 있다면 귀성이나 귀향이 차이가 난다고는 못할 것이다. ◆의미야 어떻든 마음 내키면 고향에 갈 수 있다는 것과 갈 수 없다는 현실은 땅과 하늘의 차이보다 크다. 북한에서 월남한 실향민의 가슴이 가장 쓰라릴때가 한해 두차례 귀성의 계절이다. 남행길은 인산인해인데 북행길은 허허로운 벌판이나 다름 없다. 실향민은 귀성이든 귀향이든 한번쯤 북녘땅을 밟아만 보아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남북교류의 숨통이 열리니 그 애절한 소원은 더욱 간절하기만 하다. ◆1월말에 발표된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를 보니 북의 고향이 더 서글퍼진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6·25 당시 남으로 피난한 친척을 가진 사람들을 북한에선 여전히 「적대적 부류」로 불순분자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숫자는 북한주민의 25∼30%에 달한다고 한다. 과거에 반복해서 들어온 소식과 별댜른 사실은 없다. 그래도 가슴이 답답할 따름이다. 북한당국이 이 속사정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는 없는가. ◆남북관계가 부드럽게 풀려 가는데도 이산가족을 위한 보도는 찾아보지 못한다. 정상회담이다,직교역이다,기술투자다,요란한 소문이 무성한데 정작 고향의 소식은 왜 이리 깜깜하기만 한것일까. 정치와 장삿속이 인도주의와 핏줄을 앞선다는 것인가. 귀성의 계절에 이 의문을 제기함은 감정의 탓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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