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안하면 자리없어/일 저급문화 중독가능성/칸막이방 10대 탈선 우려/자판기업소 등록,심야영업까지최근 대학가 등 젊은층 대상 유흥가에 신종유흥업소인 「노래방」이 등장,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초 부산에 처음 모습을 보인 「노래방」은 불과 1년만에 부산에서만 수백개업소로 추정될 만큼 급증하고 있고 최근 서울에도 신촌·대학로·청량리 등 수십여곳이 문을 열었다.
「노래방」은 현재 일본에서 한창 유행하고 있는 「영상무인반주시스템」(속칭 비디오케)을 그대로 도입한 것으로 칸막이 공간마다 영상반주장치를 갖춰놓고 혼자,혹은 3∼4명이 모여 노래만 할 수 있도록 만든 업소이다.
한 업소당 대개 한평남짓한 좁은 칸막이 방을 8∼10개씩 설치해놓고 있으며 각방에는 TV와 마이크,반주장치와 3∼4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갖춰져있다.
반주장치에 5백원짜리 동전 1개를 넣고 선곡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나오는 영상과 가사에 따라 노래 한곡을 부를수있게 되어있는데 업소에 따라서는 분위기를 살리기위해 방마다 조명시설을 해놓은 곳도 있다.
이들 업소에서는 술을 포함한 일체의 식음료는 팔지않고 있다. 업소를 찾는 손님들은 대개 20대 회사원과 대학생 등 젊은층이 주류이나 10대 청소년들도 상당수 출입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A노래연습장은 1일 하오 9시께 10개 방마다 2∼4명씩 들어차 TV영상을 보며 노래부르기에 열중했고 입구에는 4∼5팀이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10여분 간격으로 예약문의전화가 잇따라 이 업소의 인기를 짐작케했다.
주인 조모씨(40·여)는 『하오 3∼4시에 문을 열어 손님이 끊길때까지 영업을 계속하는데 보통 하루 2백∼3백명 정도의 손님이 찾아와 새벽 3시는 돼야 끝낼 수 있을만큼 성황을 이룬다』고 말했다.
특히 피크타임인 하오 6시부터 11시 사이에는 예약을 하지않고서는 아예 노래부를 엄두도 내지못할 정도이다.
이른 시간에는 주로 10대나 대학생들이 많이 오고 늦은시간에는 대개 다른곳에서 한잔 한 회사원들이 찾는다.
친구 3명과 함께 최근 유행곡을 열창하던 박모군(20·K대 2년)은 『비교적 값싸고 남의 눈을 의식하지않고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수있어 자주 찾는다』며 『더구나 술을 팔지않아 갈곳없는 청소년들의 건전한 휴식공간으로도 제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래방」의 인기에 대해 비판의 소리도 많다.
우선 속칭 「비디오케」라는 문화자체가 일본것을 그대로 들여온데다 업소의 간판이나 장식도 왜색이 짙어 은연중 청소년층에 일본문화 중독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기계는 물론이거니와 영상음반도 대부분 일본에서 제작돼 등장인물이나 배경이 일본적인데다 일부팝송의 경우는 일본어 자막까지 그대로 여과없이 방영되고 있다.
회사원 이영호씨(27)는 『신기해서 한번 들러보았으나 전반적으로 왜색이 너무짙다』며 『밀폐된 작은방도 자칫 청소년층의 탈선공간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노래방」에 대한 법적·행정적 감독·규제수단이 전혀 없는것도 문제. 이들 업소들은 모두 자동판매기 영업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어 시간외영업 등 일반유흥,접객업소와 같은 제한을 전혀 받지않는다.
서울 서대문구청 위생과는 『식품위생법 및 공중위생법 등에 관련조항이 없어 감독을 전혀 할수없는 실정』이라며 『법규개정에 1∼2년이 소요되므로 현재로서는 그대로 방치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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