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총선서 “국민전선에 고전” 우려/대규모 「반우시위」 참가등 총력【파리=김영환특파원】 파리에서는 지난달 25일 약 10만명의 시민들이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SOS인종주의라는 단체가 조직한 이날 시위엔 집권 사회당을 비롯한 공산당 등 좌파정당·노동총동맹(CGT) 등 70여개 단체가 참가했다. 사회당에서는 롤랑 파비위스 당수,미셀 로카르 전 총리 등 고위인사들도 참가했다.
시위대는 「르펭은 증오」 「국민전선은 국민의 모욕」 「123세대,우리는 모두 이민」 등의 구호를 내걸었다.
사회당이 이번 시위에 가담한 까닭은 3월22일 실시 예정인 지방선거에서의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민·실업증가·사회불안 등을 배경으로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내걸어 성장을 거듭해온 장 마리 르펭 당수(63)의 국민전선은 이번 선거에서 「아주 경악할 결과」를 보여줄수도 있다는 것이 프랑스언론의 전망이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인기가 급락해온 사회당을 추격할지도 모른다는 극단론도 있다.
르펭은 72년 창당이후 국민전선의 이념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
국민전선의 지지자들은 특히 이민이 많은 지역에 몰려 있다. 현 당원수는 사회당의 70년대와 맞먹는 10만명이라는 추정도 있다. 당초 프랑스남부와 파리근교를 거점으로한 지역 당이었으나 르펭은 88년 대통령선거에서 일거 11.5%를 얻어 눈부신 성장을 과시했다. 국민전선의 「전국화」를 이룬 것이다. 상당수 우파와 언론은 그를 지지하는 논조다.
미테랑 대통령도 『극우를 막는 것이 국가의 이익이다』고 말할 정도로 우려한다. 이날 파비위스당수는 『극우파가 진격하지 못하도록 부차적인 논쟁을 잊고 모두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르펭은 사회당 10년은 실패라면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또 며칠전 『사회당 내각은 모든 분야에서 파벌적인 결과를 나타내는 도둑·공갈배·깡패들의 패거리』라며 사회당의 정치자금 조달을 둘러싼 흑막을 물고 늘어졌고 이에 분격한 크레송 총리는 내각에 대한 모욕이라며 그에 대한 사법적 소추에 착수했었다.
프랑스 국민전선은 물론 프랑스만의 현상은 아니다. 사회의 분해와 경제난을 비집고 들어 민주주의를 좀먹는 여느 서구의 극우정당과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대통령후보를 선언한 KKK의 데이비드 듀크가 있고,벨기에는 의회에도 진출한 블람스 블록당,오스트리아엔 자유당,나치라는 추악한 과거의 기억이 있는 독일에도 극우적인 바이러스의 활동이 활발하다. 그러나 가장 심한 경제난을 겪는 영국에서 70년대 나타난 외국인 혐오의 국민전선은 대처 총리에 의해 와해됐다.
프랑스에서 국민전선이 발흥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좌우파 모두가 이에 대응할 줄 모르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당은 국민전선을 「악마화」하면서도 오히려 이를 정치의 중심에 놓고 우파의 표를 잠식하기를 기대하면서 키워온 격이고,우파는 국민전선의 정책을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배척할 것인가를 놓고 끊임없이 방황해 왔다. 즉 좌우파 모두가 국민전선과의 진정한 투쟁보다는 이를 이용해온데서 국민전선은 이제 대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찬스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회당은 최근 필립 마르샹 장관의 불법입국자 송환을 위한 「통과구역」 구상발표 등으로 급한 불을 끄려하고 있다. 지난달의 반우파 시위참가도 내달 선거를 의식한 득표활동에 다름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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