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지하도에서 한약재를 팔고 있는 중국교포 김진숙씨(59·여·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 가족의 이번 설날은 외롭고 쓸쓸하다. 북새통을 이룬 귀성객들 속에서 김씨는 『나는 언제나 고향에 가보나』하는 생각으로 더욱 쓸쓸해졌다.지금은 이북땅이된 강원도 준양. 생활이 어려워 10세때인 43년 전가족이 중국으로 이주했던 김씨는 그뒤 한번도 그곳에 가보지 못했다.
그러나 김씨는 지금 이북의 고향은 커녕 중국의 두번째 고향에 돌아가기도 어렵다. 12월말 남편(59)과 36·28세의 두아들·딸(30)과 함께 친척을 찾아 서울에 온 김씨는 다른 중국교포들처럼 서울역 지하도에 자리를 잡았으나 약이 잘 팔리지 않고 있다.
지하철 청원경찰이 수시로 단속을 하는 바람에 약을 사려고 기웃거리던 손님마저 놓쳐버리기 일쑤다. 그렇지만 김씨가 보기에도 50여명이나되는 교포들이 보행에 지장을 주는데다 미관상 좋지않은 것은 분명하다.
김씨는 벽에 바짝 붙어 앉거나 약가방을 옆구리에 낀채 기둥뒤에 숨듯이 서있을만큼 장사를 할줄 모른다. 설빔과 제수를 장만하는 서울 친인척 집에 조금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형편이 김씨는 가슴아프다고 한다. 중국에 있을 때는 풍족하지 않지만 스스로 설빔도 장만하고 나물이니 고기를 상에 올렸는데….
김씨는 그래도 모국 사람들의 온정에 감사한다. 청원경찰도 말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고 가끔 약을 사가는 사람들도 값을 후하게 쳐준다.
비록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꿈에도 그리던 모국을 49년만에 찾아온 김씨는 예상치 못한 고생을 하면서도 여유가 생기면 다시한번 서울에 오고 싶어하고 있다. 더큰 바람은 고향땅 준양의 이웃들을 만나 서울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한창만기자>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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