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모두 참여 권위높여/향후 군축·지역분쟁등 개입 깊어질듯【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 부시 미국 대통령 옐친 러시아 대통령 이붕 중국 총리 메이저 영국 총리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등 5대 상임이사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1월31일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15개국 정상회의는 냉전이후 형성되는 신세계질서에서 유엔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행사였다. 이날의 안보리정상회의는 단 하루에 불과했지만 형식과 내용에서 지구촌의 집단안보를 향한 유엔의 방향감각을 점치게 해주었다.
우선 안보리정상회의는 유엔정치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었다. 헌장에 따라 안보리는 유엔기구중에서 유일하게 강제규정을 두고 있는 세계평화 유지를 위한 강력한 기관이다. 그러나 이사국 정상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국제질서를 논의해본적이 없었다. 안보리회의가 소위 이사국의 국가원수나 행정수반이 모두 참석해 열린 것은 안보리는 물론 유엔의 권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정상회의에는 특히 경제대국인 일본과 비동맹의 리더국가라 할 수 있는 인도가 비상임이사국으로 참여함으로써 국제질서를 논의하는 회의체로서 손색이 없었다.
당초 안보리정상회의 제안자는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었다. 작년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 제재문제와 관련해 미테랑 대통령이 제안했을떼 반향은 신통치 않았다. 그 이유는 당시 쿠바가 안보리이사국 이었기 때문에 미국이 카스트로가 유엔에 나타나 활보하는 꼴을 꺼림으로써 흐지부지 된 것이다. 금년 1월 안보리 의장국인 영국의 메이저 총리가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의 취임과 러시아의 소련 승계를 들어 안보리정상회의를 다시 제의해 전격적으로 성사되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의는 유럽국가들의 이니셔티브에 의한 것으로 주목할만하다. 유엔에 나와있는 외교관들은 이같은 다자정상회의가 열리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준비가 필요한데 불과 1개월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세계 주요국들이 유엔을 통한 영향력 증대의 필요성 때문에 정상들이 쉽게 몰려올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있다.
또 각국 정상에게 있어 안보리회의는 정치적으로 이미지 메이킹에 더없는 호기이기도 하다.
이날 사회를 맡은 메이저 총리와 부시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있고,미테랑 대통령은 페르시아만 전쟁이후 저하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으며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신생 러시아의 소련승계를 공식확인 받는 주요한 자리인 것이다. 또 일본 등 비상임이사국들은 국가적으로나 정상개인으로나 안보리 무대는 신나는 자리인 셈이다.
천안문사태이후 미국과의 서먹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참여한 것은 이같은 국제적 분위기를 타고 있는 유엔의 역할때문이다.
이날 안보리정상회의의 내용은 성명서에 압축돼 있다. 그동안 논의되었던 문제를 각국의 이해에 따라 모자이크한 셈이지만 유엔활동의 맥락을 점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선 세계평화의 유지와 평화조성을 위한 예방외교를 유엔이 수행한다는 내용이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유엔이 개입하고 있는 캄보디아사태 같은 지역분쟁에 있어 유엔의 개입정도가 매우 깊어질 전망이다.
또 정상회의가 이같은 평화유지를 위해 유엔사무총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합의한 대목도 주목할만하다. 안보리정상회의는 갈리 사무총장으로 하여금 오는 7월1일까지 헌장의 범위안에서 예방외교,평화조정,평화유지를 위해 유엔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와관련,평화유지를 위한 유엔상비군을 창설하자는 논의도 눈여겨볼만하다.
포괄적인 군축문제도 이날 성명의 주요부분을 이뤄 핵확산금지 조약과 관련한 IAEA핵안전협정의 실천이 강조됐다.
특히 프랑스의 주장으로 협정을 위반하는 경우 안보리 회원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에 삽입한 것도 특기할만하다.
한편 일본의 미야자와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1945년 달라진 국제환경에서 유엔이 역할을 수행하려면 헌장을 고쳐야된다고 주장,일본의 안보리상임이사국 참여를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의 주장은 기존 5대 상임이사국으로부터 거의 반응을 못얻었다.
안보리정상회의는 이번을 계기로 제도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예방외교를 의제로 할 경우는 이같은 기회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안보리 정상회의가 자주 열릴수록 유엔총회의 비중은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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