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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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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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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68년 구정(양력은 1월30일)을 기해 베트콩은 사이공을 비롯한 월남 전국 주요도시에 일제 기습공격을 전개했다. 대통령궁인 독립궁에 미 대사관저까지 얻어맞을 정도였다. 명절기분에 들뜬 분위기를 노린 유명한 구정공세였다. ◆월남전선의 구정공세를 방불케하는 설날공세가 지금 14대총선 공천전선에서 벌어질 모양이다. 민자 민주 양당은 약속이나 한듯 모두 설날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공천결과를 발표한다. 정치인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여서 불꽃 튕기는 공방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천을 받은 사람들은 아무 말이 없겠지만 탈락자들은 사생결단의 항쟁을 한바탕 벌이는게 상례로 되어있다. 치밀어 오르는 분통을 삭이지 못해 당사로 쳐들어가 농성을 하거나 간부들을 찾아가 거친 항의를 하기도하는게 우리의 오랜 정치풍토였다. 공천과 탈락의 기준과 원칙이 희미할수록 후유증과 파동은 그만큼 심해지게 마련이다. ◆민자 민주 양당이 똑같이 1일을 공천결과 발표일자로 잡은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68년 베트콩의 구정공세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설날 연휴의 명절분위기를 이용하려는 심리는 마찬가지이다. 1일은 토요일이고 2일은 일요일이자 설날연휴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이어서 3·4·5일을 연달아 쉰다. 그동안은 신문도 안나와 더욱 조용하다. 각 정당의 당사는 문을 닫고 간부들도 나오지 않는다. 공천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울분을 토하려해도 토할데가 없다. ◆공천발표를 오늘로 잡은것은 바로 이런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천을 결정하는 명분이 뚜렷하고 기준과 원칙이 엄격히 적용된다면 어느때 어느 시기에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누가 보아도 정정당당한 인선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면 반발하는 쪽이 나쁘다고 욕을 먹을 것이다. 연휴의 명절분위기를 이용하는 것은 공천담당자의 입장에서는 허를 찌르는 묘수라고 자랑할지 모르나 대외적으로는 떳떳하지 못하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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