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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편찬 「조선미인보감」/정신대문제 맞물려 관심(화제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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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편찬 「조선미인보감」/정신대문제 맞물려 관심(화제추적)

입력
1992.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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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때 발간 기생안내서 “충격”/6백5명 사진·기예등 소개/식민지여성 노리개화 증거/개화기 유일의 인물가사집… 학문적 가치도일제시대의 내노라하는 조선8도 기생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생안내책자 「조선미인보감」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18년 당시 경성신문사 사장이었던 일본인 청유강태랑씨에 의해 그해 7월 처음 발행된 이 책은 해방이후 도서관 서고에 묻혀져 있다가 84년 김선풍 중앙대교수(52·당시 관동대교수·국문학)와 홍기원씨(61·도서출판 민속원 대표)에 의해 영인본으로 재발간됐다.

그러나 단 2백부만이 소수 학자들에게 배포돼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지난 22일 TV방송에서 코미디작가 김일중씨(24)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다.

4·6배판 크기에 3백12쪽의 활자본인 이 책은 전국의 유명기생 6백5명의 사진과 출신,소속기방과 성품,특기 등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된 조선기생들의 신상면세서이다.

일본인 관리와 관광객,국내 지배계층과 각 기방에 돌려졌던 이 책만 갖고 있으면 각 고장의 유명기생들을 찾아다니며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책을 내기위해 청유강태랑씨가 전국 기생을 경성부로 초청,8도기생들이 총집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기생들은 자신들이 알려짐으로써 일본인이나 부자들의 첩이 되는 행운을 잡기위해 기꺼이 초청에 응했다고 한다.

「비록 웃음을 파는 청루미인,곧 기생이라고 하나 나중에 부호의 총첩으로 또는 남의 가정에 시집을 가게 될 터이므로 행실을 똑바로 해야한다」는 경구가 이 점을 암시하고 있다.

「조선 전도 미인의 사진과 기예와 이력을 수집하고 조선언문과 한문으로 술한 책」은 서문부터 가사와 시조로 시작,기생마다 한시와 가사,혹은 시조로 출신과 인품·성격·특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8·5조의 가사체는 그 어휘와 문장구사가 유려해 당대의 명문필가가 쓴 것으로 추측되는데 내용상 자신을 밝힐 수 없어 작자 미상의 「인물가사집」이 된 것이다.

학자들은 『수록된 가사와 시조,한시의 문학성과 기교는 당시 유명한 작가가 아니면 지을 수 없는 우수작』이라며 『기생연구에 관심이 높았던 이능화가 아니면 최남선,이지호중 한 사람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조선미인보감」에는 포주와 전주인이 누구였으며 선배,스승이 누구였다는 것까지 언급해 있어 당시의 기생사회를 살필 수 있는 자료가 되고 있다.

한국가사의 운율은 8·5조가 대부분이나 8·8조나 8·6조도 있어 개화기 가사의 운율적 형태를 고찰할 수 있다.

기생들의 특기는 「기예」란에 「경서잡가 서도잡가 관중리곡 남방리창 서도행가 병창산조 양금 우조 삼미면 남중곡무 정재무 내지무 한어」 등으로 무용과 국악 등의 방면에서도 좋은 참고가 되고 있다.

또 수수료를 받고 기생을 요정으로 보내주는 각 권번의 특징과 분위기도 시조와 가사로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을 살펴보면 당시의 기생들은 전통적 기생상의 마지막 세대로 개화기유행의 첨단을 걸었던 또 하나의 문화계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수록된 기생들은 경성부의 기생이 2백명으로 가장 많고 평양부(1백51명) 대구부(96명) 진주군(30명) 고양군(8명) 연기군(7명) 광주군(6명) 전주군(6명) 등의 순이다.

이들의 나이는 9세 동기에서부터 「환갑」 넘긴 33세까지이며 기생의 절정기인 14∼24세가 5백36명으로 대부분이다.

이미 「환갑」을 맞은 30세의 김영희에 대해서는 「…이십□에 폐업하고/한□세월 보내다가/여흥미진 다시영업/앗가울사 삼십광음」이라고 동정어린 묘사를 하고 있다.

발행인 청유강태랑씨는 「이조오백년」이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는데 막대한 경비를 들여서까지 이 책을 낸 의도는 정확하지 않으나 일본인으로서는 피지배국 여성들을 농락하려는 장난기가 숨어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내의 일본인들을 위한 위안부 소개서」라고 혹평하는 학자도 있다.

이 책을 코미디프로그램에서 소개했던 김일중씨는 『온 국민이 정신대 문제로 분노하고 있을때 미야자와 일본총리가 방한하자 갑자기 갖고 있던 조선미인보감이 떠올라 대본중에 집어넣었다』며 『이 책은 조선여성을 일본인의 노리개로 쓰기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발행의도가 어떠했든 덮여있던 한 시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는 이 책은 풍속고찰과 학문적 연구를 위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김선풍교수는 『엄밀하게 말하면 조선기생들을 희롱하려는 일본인들을 위한 안내서로 볼 수 있지만 개화기초기 최초이며 유일한 인문가사집이라는 점에서 국문학 민속학 국악연구에 도움이 되는 희귀본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김철훈기자>

◎기생들 소개 가사내용/손님끌기… 장점만 부각/“남자 믿지말라” 표현도

기생들을 소개한 가사는 미운 여자가 하나도 없을 만큼 장점만 부각시키고 있다. 인물이 볼품없는 경우에도 「남자같이 씩씩하고 온순하며…」 식이다.

외모보다 성격 행실 등 종합적인 미를 중시하는 시대였기 때문이라고 할수 있지만 「손님끌기」를 위한 과장으로 분석된다.

미녀이든 박색이든 장점을 부각시키는 솜씨는 놀라울 정도이다. 가운데 가르마를 탄 한복차림의 한성권번 구보연(17)의 소개내용은 이렇다.

<슉명학교 졸업한후 다동죠합 들여가셔 남중장가 검남무를 모다□와 잘도□며 …묘한 얼골 빗치하고 □키에 셩미유□ …교□잇게 웃□ 눈과 솜씨잇게 □□말은 손임마음 깃겁도록 눈치보아 □맛친다>

또 서양모자를 우아하게 쓰고 긴 드레스를 입은 대정권번의 김향심(19)에 대해서는,<미인보감편집졔씨 □말듣게오 □사진은 이러□니 틀림업스나 □이력은 복잡□야 기□어렵소 나□ 본□ 공립학교 녀학생으로 국어산슐 뎨이회에 졸업□얏고 공진회에 안□쟈로 통역□야셔 사회교습실디 려습 □야보앗고 턴성려질 못버려셔 기생나오니 □과같이 웃□얼골 귀이녁이고 비들갓치 약□테양 사랑시러워 예서오라 제서오라 놋치안아셔 □권반을 차례차례 모다놀아서 셔도잡가 남□쇼리 무비일슈오> 라고 노래했다.

내용중엔 남자들을 믿지 말라는 것도 있다. 대정권번 송채봉(16)의 하소연은 <어엽부다 아름답다 모도일너셔 친찬부리 □지만은 밋지말게라 경박□고 무졍남자 거동보시오 압헤셔□ 다졍 □도 돌아셔면은 로류장화 지목□여 속을반쥬고 …도덕군자 친자□니 멋이 없으며 하이카라 알자□니 위인무셔워> 라고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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