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 필요없는 물건들이 많아진다. 수납공간이 제한되어 살림을 최소한으로 정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내온도가 높아 안쓰게 되는 겨울용품도 많다.두꺼운 이불·보조용 난방기구·집에서 입는 두꺼운 옷 등은 모두 아파트의 겨울과는 관련이 없는 물건들이다. 아파트에서는 여름용 티셔츠나 면바지를 입고,얄팍한 봄이불을 덮고,때때로 창문을 열어 더운 공기를 뽑아내야만 쾌적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방안에서 자리끼가 어는 추운 집에서 살았던 나이든 사람들은 아파트의 이런 겨울에 대해 『세상 참 좋아졌구나』란 감탄대신 『우리가 이렇게 살아도 될까』란 걱정을 하게 된다. 외국에 살다온 주부들중에도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영국에서온 한 주부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사람들이 사는 집은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털양말을 신고 뜨거운 차를 자주 마셔야 할만큼 실내가 춥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중엔 영국이 서울보다 불편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그들이 사는 방식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창문믈 열어놓을만큼 덥게 난방을 하는 것이야말로 과소비가 아닌가』
얼마전 한 신문의 독자란에도 같은 내용의 투고가 실린적이 있다. 우인정씨는 그 투고에서 『아파트관리비가 예전처럼 가계에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입주자들도 별 신경을 쓰지 않고,관리실에서도 조금만 추우면 아우성을 치는 입주자들의 불평을 듣지않기 위해 마구 불을 때고 있다. …독일 불란서 영국 등 우리보다 소득이 3,4배 높은 나라 사람들도 겨울에는 실내에서 스웨터를 입고 심지어는 목욕까지도 주 1∼2회 날짜를 정해 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래서야 되겠는가』라고 개탄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절약을 위해 공용차량 구입을 1천3백㏄ 이하의 소형차로 제한하고,에너지절약형 기기에는 특별소비세를 감면하고,자동차세를 휘발유값에 부과하는 주행세로 바꾸고,차량 10부제운행을 검토하는 등 여러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오랜 가난끝에 경제발전을 이룬후 방만해진 나라살림,국민살림을 다시 검토하여 낭비를 줄이고,「절약」을 온국민의 미덕으로 다시 세우는 일은 우리의 시급한 과제이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난방비 몇푼 더 내더라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에너지 절약이라는 국가의 큰 목표를 봐야한다. 너무 더운 실내는 건강에도 좋지 않다. 아파트의 겨울은 좀더 겨울답고,기름 한방을 안나오는 나라다워야 한다.<편집국 국차장>편집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