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완화” 정부 도전에도 한목소리 못내재계구심체인 전경련의 역할·기능 등 위상 조정문제가 재계의 숙제거리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문제제기는 재계를 둘러싼 최근의 급격한 기류변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재계환경이 변화하고 있는만큼 전경련도 변신을 꾀해야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정주영씨가 최근 재계무대에서 퇴장함으로써 재계는 새 전환점에 직면케 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계의 막전막후에서 거의 유일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정씨의 퇴장은 창업원로시대의 종언이며 재계 중추적 리더의 상실을 의미한다는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재계는 그렇지 않아도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는 마당에 커다란 「공백」까지 생긴 셈이며 이 구멍이 재계결속력을 완전히 붕괴시킬수도 있는 일대 위기에 처한 형국이다.
재계에 밀어닥치고 있는 또다른 도전은 대정부관계의 변질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대재벌정책 선회가 그 원인이다.
5·8부동산대책·업종전문화 정책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한 이같은 분위기는 제7차 5개년계획중 경제력 집중완화 대목에서 절정을 이루며 재계와 정부의 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재계는 이같이 엄청난 정책전환 과정에서 완벽하게 소외됐고 종래와 같은 주고받기식의 「거래」가 통하지 않음을 거듭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재계는 이같은 정책선회와 관련,『기업집단의 국가장악력에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관료엘리트들의 위기의식이 깔려있다』며 대정부노선의 근본적 궤도수정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재계가 이처럼 리더부재,결속력와해,대정부관계 변질이라는 안팎의 도전에 직면하면서 재계이익 대변단체인 전경련에 새삼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이 위기국면을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할텐데 과연 제몫을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전경련 스스로도 이를 충분히 의식,최근 「전경련사무국 발전위원회」라는 비상기구를 조직·가동시키고 있는데 내부의 중지를 모으기조차 쉽지않아 진통을 겪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해답은 주어진 현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계 사람들이 과거처럼 전경련으로 몰려들도록 하는게 1차 관건이라며 이를위해 강력한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경련은 사실 언제부터인가 재계 사람들이 찾지않는 인기없는 곳이 돼 버렸다.
한달에 기껏 한번 열리는 회장단 정례회의를 비롯해 「국민과의 대화」,신년기자회견 등 주요행사때조차 유력재벌총수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재계의 장래를 책임져야할 2세 총수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일체 발길을 끊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모이지 않는데 「힘」이 생겨날리 만무하고,힘이 없으니까 무슨일이든 역동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재계유력자들이 전경련을 찾지않는 것은 전경련 활동을 통해 얻어낼 「실익」이 없는 탓이다. 개별 그룹들의 대정부 교섭력이 크게 강화된반면 전경련은 오히려 위축돼 기업들이 굳이 전경련에 의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점도 한 요인이다. 최근 일련의 주요 정책사안에 있어서도 전경련은 힘한번 제대로 못써봤고 오히려 정부의 대재계 압력창구로 이용된게 사실이다.
정보력에서도 기업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바로 이같은 현상에서 전경련의 진로와 회생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2세 총수 등 재계인사들을 광범위하게 다시 끌어모아 지도체제나 기능의 신진대사를 이루고,국민경제와 합치되는 방향에서 재계이익의 최대공약수를 찾아야하며 특히 활동영역과 시야를 세계무대로 넓혀 세계속에서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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