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감축 예정됐던 것/세감면등 기존논의 그쳐/의회통과도 미지수… 공약속 공약소지【워싱턴=정일화특파원】 부시 미 대통령의 92년도 연두교서는 부시 대통령 개인으로서나 미국전체의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시기에 나왔다.
부시는 91년 이맘때쯤 정치인으로서의 인기가 88% 지지까지 올라가 있었는데 1월하순 현재는 45% 지지율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의 한 여론조사는 「민주당이 대통령후보를 냈을때 그 민주당 후보와 부시중 누구를 찍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37대 36으로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대답을 해 그의 인기가 위험 수위까지 내려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경제는 89년 3월이래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황이 만 3년째를 맞고 있는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아마도 연두교서를 통해 이런 곤경을 헤치고 나아가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었다.
경기침체를 벗어나게할 극적처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미국경제를 살리고 자신도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러나 28일의 연두교서에는 그러한 극적처방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전략무기 감축안의 경우 B2스텔스 폭격기를 20대만 더 생산한후 이를 중지해 1백45억달러의 국방비를 절약하겠다고 했는데 B2스텔스기는 이미 생산비가 너무 과중하다는 비판을 받아 거의 생산을 계속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피스키퍼 전술핵무기는 지난 10월의 「모든 전략무기 철수안」에 따라 이미 폐기하기로 방침을 굳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비를 1997년까지 5백억달러 감축해 결과적으로 30%를 줄이겠다는 것은 지난 9월27일 브루킹스 연구소가 대대적인 국방비 감축안을 내놓은 이래 행정부 자체가 그동안 연구를 계속해 오던 내용이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서기 2001년까지 7백45억달러를 줄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었다.
국내경제 문제 역시 지금까지 의회에서 논의됐거나 언론을 통해 제시되고 비판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두교서는 세금감면폭을 어떻게 잡을지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려있었다.
정부는 그동안 90년대에 들어서만도 3차례나 은행이자율을 내리면서 시중에 돈이 풀려 경기가 돌아가길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자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풀리지 않자 결국 소비자 주머니 자체를 늘려주어야 경기가 돌아간다는 주장쪽으로 여론이 움직였다.
이번 연두교서에서 부시 대통령은 정부의 과다원천 징수금 감축이라는 제목으로 중저소득층에서 일인당 연간 3백달러쯤의 세금이 감면될 수 있도록 조처케 했다고 말했다. 중저소득층은 이 3백달러로 옷도 사고 대학등록금에 보탤수도 있을 것이고 더러는 자동차 월부금을 내게도 될 것이라고 부시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연두교서의 배경설명에서 말했다.
이렇게해서 개인몫으로 돌아가는 돈이 무려 2백50억달러나 된다는 것이다.
투자소득세 감면문제는 처음부터 말썽이 많은 부문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이자율이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시중투자가 되지 않은 이유는 투자소득세에 대한 고율세금 때문이라고 판단해 이 투자소득세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대해 민주당측은 투자소득세의 감면조처는 고소득자 또는 재산가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일뿐 저소득층에게는 더욱 경제적 압박을 가하게 돼 결과적으로 경기회복에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해 왔다.
부시 행정부는 결국 투자소득세를 15%정도로 내리는 한편 재산을 팔아 투자하는 경우 45%까지는 세금을 면제케 하는 조처를 발표하게 됐는데 이에 대해 민주당측은 『부자를 더욱 부유하게 하는 조치』라면서 즉각적인 반발을 보였다.
부시의 연두교서가 발표되는 동안 공화당 의원들은 거의 문장이 바뀔때마다 박수를 쳐댔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공산주의의 몰락」 「미국 민주주의 승리」 등 대외정책의 실적이 강조될때만 박수를 보냈고 경제성장을 위한 제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이 밝힌 경제성장안은 지금까지 행정부가 산발적으로 의회에 제출한 법안내용과 대부분 비슷한데 부시 대통령은 이런 법안이 3월20일까지 일단 통과돼야 한다며 시한내 통과를 촉구했다.
문제는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을 민주당이 다수당인 의회가 쉽게 받아들여 주겠느냐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년간 자신의 의사에 반해 민주당측이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25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시켜 버렸다.
민주당측은 『이제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은 더 이상 소용없게 됐다. 거부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가 법안의 통과를 의회에 요청하게 될 것인데 이것도 거부권의 힘으로 통과시킬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의회가 부시 대통령의 제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결국 그의 연두교서 공약은 공약이 되기 쉽다.
부시 대통령은 그의 경기 회복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로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여러번 말해왔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그런 변명을 듣기에는 경기침체가 너무 깊어져 있기 때문에 부시가 경기침체 책임을 의회에 돌리면 돌릴수록 그의 인기는 떨어지게 돼 있다.
부시 대통령이 곧 구체적으로 하게될 대의회 전략이 궁금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