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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떠는 중국(정경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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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떠는 중국(정경희칼럼)

입력
1992.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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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한이 제술관의 지책을 받고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떠난 것은 숙종임금 45년인 1719년 음력 6월이었다. 제술관이란 글을 얻겠다고 구름처럼 밀려드는 일본사람들에게 글을 써주는 직책이다.이때 일본은 조선통신사 일행을 위해 국력을 기울려 접대했다는 것을 신유한은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8대관백 덕천길종의 강호성에 당도하고 보니 접대가 뜻밖에도 검소했다. 알고보니 관백의 명령이 있었다는 얘기다. 『일본이 의복이나 이부자리 등 백가지에 화려함을 다한다고 해도 조선사람들이 복속하는 바가 아니다. 유익하지 않은 짓을 하지말고,헛된 치레는 말라』는 당부다.

스스로 문화민족임을 자부했던 조선왕조의 지식인들은 그만큼 당당했다.

6·25의 비극으로 국토가 잿더미로 변해 「세계 최빈국」이었을 때에도 우리는 당당했다. 서양사람들은 한국을 가난한 후진국으로 치부했지만 우리 자신은 결코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후진국과 같은 나라가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않았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는 불과 한 세대도 안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신흥공업국」으로 발전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 다녀온 송복교수(연세대)는 「한국의 급속한 발전」이 동남아 각국 학자들의 주된 관심거리였다고 했다. 자원도 없는 한국의 고도성장은 이들에게 풀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용」에서 「지렁이」로 전락했다는 모욕적인 평가가 당연한 것처럼 됐다. 한술 더 떠서 지금까지 한국사람들이 「후진국」으로 내려다 봤던 중국이 한국을 앞질렀다고 해서 떠들썩하다.

중국은 총수출액에서 지난해 한국을 앞질렀고,우리의 주된 수출시장인 미국에서도 한국을 밀어제쳤다고 해서 충격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우리의 주된 적자수출시장인 일본에서도 중국은 두번째 수출강국이요,4번째 수십억달러의 흑자를 올리고 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중국의 한사람앞 국민소득이 3백60달러(90년말)로 돼있어 5천달러선인 한국과 댈 일이 아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실제로는 1천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전하고 있다.

한국이 눈 깜짝할 사이에 공업화에 성공했다면 중국도 못하란 법이 없다. 더구나 중국은 인공위성을 쏴 올리고,핵잠수함을 만드는 나라다. 그 잠재력은 우리와 비교할 일이 아니다. 엄살을 떠는 중국과 허풍을 떠는 한국,어느쪽이 이길까는 불을 보듯 뻔하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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