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제국 IBM」 첫 적자 수모/중·대형기종 고수로 쇠퇴자초/선마이크로 시스템사선 소형·단순화 주력 연 73% 신장세계컴퓨터업계의 정상으로 군림해온 「거인 IBM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컴퓨터계의 초우량기업으로서 세계컴퓨터시장을 쥐고 흔들던 다국적 기업이 창업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로 전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IBM의 독단적 지배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순응을 강요당해온 컴퓨터계의 세력판도도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IBM의 지난해 적자액은 28억2천7백만달러로 퇴직자 연금할당분 등을 제외하더라도 실질적자액은 5억6천4백만달러에 이른다.
특히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 일본에서도 당당히 경쟁력을 발휘하며 흑자를 기록해온 일본 IBM까지도 최근 계속 경영상태가 악화돼 지난 24일에는 사장 등 임원진의 보수를 8%에서 10%까지 삭감하는 한편 본부장 부장 등 간부사원의 승진을 무기한 동결시키기로 결정했다.
IBM(Internation Business Machine)은 석유재벌 엑슨에 이어 미국 제2위의 대기업으로 일본의 끈질긴 공략에도 요지부동이어서 「미국 최후의 자존심」으로 불려왔다.
IBM의 쇠퇴조짐은 이미 수년전부터 예고돼 왔다. 75년에 37%에 이르던 세계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2%로 떨어졌다. IBM은 이미 79년에 종업원 1만명의 감량경영체제에 들어선 이래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2만명의 종업원을 해고시킬 계획이다.
IBM의 신화와 「미국의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IBM제국의 쇠퇴는 일차적으로 세계적인 경기후퇴로 인해 고도성장을 달려오던 컴퓨터업계 전반의 침체에 기인하고 있다.
미 전문조사회사인 데이터퀘스트에 의하면 지난해 세계컴퓨터매출액은 세계적인 경기후퇴 등의 영향을 받아 1천97억달러로 전년대비 7.3%가 감소,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기종별로는 IBM이 주력해온 대형기 및 중형기는 각각 8.9%씩 감소했다.
반면 미국을 뒤쫓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 컴퓨터회사인 히타치(일립)의 경우,관련 소프트를 포함한 범용기매출액이 전년보다 10%나 증가한 1조3천억엔(미화 약 1백억달러)을 기록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IBM의 잘못된 경영전략과 다운사이징(소형화)이라는 급변한 기업환경에 부적절히 대응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다운사이징이란 컴퓨터의 수요성향이 초기의 대형기 위주에서 워크스테이션,퍼스널컴퓨터 등 소형기 위주로 급격히 이행하고 있는 추세를 말한다.
반도체의 기술혁신 등으로 소형기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돼 이전의 대형기 성능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른 반면,가격은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상되지 않았다. 가령 워크스테이션의 대당 판매이익은 대형기의 절반 수준정도이나 단위가격당 처리능력은 대형기의 10배에 이르고 있다.
IBM이 주로 대형 컴퓨터인 범용기종을 계속 고수해 오는 동안 지난 80년 중반부터 「매킨토시」로 유명한 애플사 등은 RISC(명령어 축소형컴퓨터)를 핵심으로 하는 퍼스컴이나 워크스테이션에 집중투자를 했다.
평소 잘 쓰이지 않는 명령어를 줄이는 대신 처리속도를 5∼10배 이상 높인 RISC의 기술발전으로 선마이크로시스템사 같은 워크스테이션회사는 87년에 매출액이 5억7천만달러에 불과했으나 91년엔 32억2천만달러로 연평균 73%의 신장세를 보여왔다.
특히 IBM은 컴퓨터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욕심아래 타사 제품들과의 비호환성을 강화시킬 목적으로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쉬운 것을 좋아하는 수요자의 기호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내 경쟁사들은 물론 일본의 히타치 등 컴퓨터제조업체들도 「거인 IBM제국」의 쇠퇴를 패권장악의 호기로 간주,다운사이징의 파고를 열심히 타고 있다.
IBM사태는 세계시장을 석권한 기업일지라도 기술혁신과 수요자의 성향에 신속히 부응하지 못하면 몰락할 수 있다는 교훈을 새삼 보여주고 있다.<조상욱기자>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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