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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댕기총각 서울처녀와 가약/은희문씨 34살에 “늦은 상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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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댕기총각 서울처녀와 가약/은희문씨 34살에 “늦은 상투”

입력
1992.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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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학원 열어 스승­제자사이로 만나 인연/예식장엔 도포·양복차림 하객 어울려 “축복”지리산 청학동 댕기머리 총각이 26일 서울처녀와 백년가약을 맺고 상투를 틀었다.

이날 하오1시부터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 집」 마당에서 열린 은희문씨(34)와 김인숙씨(32)의 혼례식은 조선시대와 현대가 한자리에 어울려 진풍경을 자아냈다.

국악선율이 은은하게 흐르는 혼례식장에는 관광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도포차림의 청학동 어른들과 댕기 머리를 늘어뜨린 총각들,서울사람들인 신부측 하객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신랑 신부를 축하해 주었다.

경남 하동군 청암명 묵계리 산기슭에 청학동이 형성될때부터 40여년간 살아온 은제표씨(65)의 6남1녀중 차남인 신랑은 한복바지 저고리외에는 몸에 걸쳐본 적이 없는 순수 청학동 총각. 학교는 다닌적이 없고 17세때까지 청학동 서당에서 사서삼경을 익혔다. 신랑은 그후 10여년간 전국을 떠돌며 스승을 찾아 학문을 연마했다. 수년전 타계한 유학자 추연 권용현선생도 그가 말년까지 직접 수발을 든 스승중 한분이다.

신부는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만 살아온 전형적인 서울처녀. 고등학교를 나온뒤 간호학원을 수료,80년부터 서울 한양대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해온 신부는 이 대학 야간부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했다.

이들은 은씨가 『청학동의 사상으로 현대인을 깨우치고 서양의 가치있는 학문도 배우기 위해』 86년 상경,서초구 방배동에 「청학 서예학원」을 열면서 인연의 끈이 닿았다.

『친구의 권유로 단순한 호기심에서』 89년 학원에 나가 서도와 전통예법을 배운 신부 김씨는 점차 도시인에게 찾아볼 수 은씨의 때묻지 않은 언행에 마음이 끌렸다. 역시 도시처녀답지 않은 김씨의 순수함을 보고 은근히 마음을 두었던 은씨는 지난해 12월 하순 전격 구혼,1주일만에 승낙을 얻어냈다.

그러나 양가어른들은 예상대로 반대하고 나섰다. 너무나 성장배경이 달라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였다. 끈질긴 설득에 어른들은 결국 『모두 서른이 넘은 성인들이니 스스로의 결정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결합을 인정해 주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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