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시간의 지하철은 「지옥철」이라는 별명이 붙을만큼 초만원을 이뤄 승객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숨쉬기도 힘든 그 와중에서 여자승객들은 때때로 치한을 만나 2중의 고통을 겪기도 한다.몇몇 조사에 의하면 여자 3·4명중 1명이 버스나 지하철에서 성적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지하철 여자승객의 78%가 그런 경험을 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그러니 매일 만원 지하철을 이용하는 직장여성이나 여학생들은 항상 추행을 겁내어 잔뜩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원 지하철뿐 아니라 손님이 별로 없는 초저녁시간에 주머니칼로 위협하는 옆자리의 승객에게 추행당한 예도 있다. 주머니칼을 못본 한 승객이 『당신들 너무하지 않느냐』고 소리를 지르자 그 치한은 다음 정거장에서 차가 설때 뛰어내렸다고 한다. 만일 주머니칼을 봤다면 누가 과연 소리를 질러 꾸짖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지하철역구내 여자 화장실중에서 잠금장치가 고장난 곳은 절대로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도 있다. 미리 잠금장치를 빼버린 치한이 어디엔가 숨어있다가 공격하는 일이 꽤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역에서 밖으로 나오는 출구가 길고,인적이 드문 편인 몇몇 역들도 「치한을 조심해야 할 곳」으로 여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다.
이런 사례들이 자주 신문에 보도되자 부천에 사시는 이진수씨(74)는 철도청장에게 편지를 내어 「출퇴근 시간대 여성전용 차량 운행」을 건의했는데,이 재미있는 제안에 대해 서울 지하철공사는 지난 연말 승객 1천명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했었다. 조사결과 여성전용차량 운행에 찬성하는 사람이 47.1%(여 30.7%·남 16.4%)였지만,찬반여부에 관계없이 막상 운행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사람이 73.2%나 됐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여성전용차량 운행이 남녀평등에 위배되고,너무 이기적이고,남자를 모두 치한으로 몰아붙여 세계적으로 꼴불견이 될 것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지하철공사는 여선전용칸뿐 아니라 노약자칸,장애자칸 등도 고려했으나 이런 지정칸을 이용하는 다른 승객들을 제재할 방법이 없는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앞으로 계속 차량을 증차하여 혼잡도를 줄여가는 길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90년말 1천대이던 차량이 91년말 1천2백10대로 늘었는데 95년에는 1천8백46대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여성전용칸을 따로 만들자는 아이디어 자체는 채택하기 힘든 것일지라도 그런 안을 낸 분의 관심과 성의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이 치한을 경계하는 것만으로 치한을 쫓아낼수는 없다. 만원버스와 지하철에 함께 탄 승객 모두가 치한을 혐오하고 여자승객을 도와주려할 때 치한이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굳이 「내딸,내누이」란 의식을 갖지 않더라도 치한들이 우글거리는 지하철을 정화하기 위해 승객 모두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편집국 국차장>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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