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돌아가는 요즘 정가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어지럽다. 기성정당은 기성정당대로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신당은 신당대로 원칙도 명분도 없는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화시대에 걸맞는 신사고나 행태는 찾을수가 없다. 이러다가는 국민에게 실망한 안겨준 13대 국회와 별로 다를게 없는 14대 국회가 나타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스럽다. 우선 기성정당인 여야의 공천작업 광경만하더라도 개선된 구석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겉으로는 무슨 기준이니 원칙이니 하면서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속으로는 밀실에서 계파까리 나눠먹기식의 인선에 혈안이 되어있다.도덕성이니 참신성이니 하는 표면상의 기준보다는 고위층과의 개인적인 연줄이 보다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당의 공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운 현상이 지금 민자당이나 민주당에서 다같이 벌이지고 있는 것이다. 공천심사위원회라는 공식기구가 있기 하나 거기서 공천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없다.
공천을 받지못하면 탈당하겠다는 공공연한 위협도 여야당에서 부끄럼없이 나오는 추태이다. 민주당에서는 자파인사를 탈락시키면 당사를 점거하겠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통합야당이 표방했던 민주개혁 의지를 지도부가 공천에서 외면하고 있다고 해서 나온 반항의 제스처치고는 너무나 비민주적이다.
공개신청을 받으면서 비밀접수 창구를 따로만든 민자당의 처사는 또 무엇인가. 비밀신청자 26명의 명단을 누가 언론에 발설했으냐로 계파간에 논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면면을 보면 비밀에 붙일만한 사항도 아닌 것을 공연히 따로 접수했다가 다른 신청자들로부터 의혹만 사고 내분만 더 가중시킨 셈이다. 이런 투태를 보고 공명정대한 인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을까.
뒷구멍 접수에 밀실인선,낙하산식 공천 등 구태의연한 현상이 그냥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데 어떻게 민주화 시대의 새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반성도 할줄 모르고 개선도 시도할줄 모르는 기성정당들이 이번 총선에서 과연 얼마나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기성정치판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간파하고 새로운 정치판을 벌여보겠다고 나온 몇몇 신당들도 실망을 주기는 마찬가지이다. 뚜렷한 이념이나 정책의 차이가 없어서 그런탓인지 이리갔다 저리갔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참새떼를 연상케 한다. 기성정당을 비판하고 나온 신당이라면 신당답게 새맛을 풍겨야 한다. 개혁의지나 신사고 대신 구태를 먼저 배워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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