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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의 갈등/원일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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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의 갈등/원일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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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학대 대입문제지 도난사건은 사건자체의 황당무계함 만큼이나 수사과정에서도 온갖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경찰이 자신만만하게 범인을 발표하고도 정작 구속영장조차 신청하지 못하는 것부터가 전례가 드문일인데다 영장신청 시한을 「법원소재지외지역」이라는 기발한 착안으로 24시간 더 연장한 것도 그렇고 급기야 다른 혐의로 일단 인신구속을 한 것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일들이다.

이같은 「묘수」들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수사진의 시간을 벌기위한 필사적 노력은 보기에도 딱할 정도이다. 물증없는 자백(그것도 이제는 임의성 있는 자백이었는지 의심이 가지만)을 근거로 덜렁 범인을 발표해놓고 뒷감당을 못해 전전긍긍하는 수사진의 모습은 흡사 불리한 국면에서 막판 초읽기에 몰린 바둑기사들 같다.

문제는 이러한 국면이 「공명심싸움」 「생색내기」에서 초래됐다는 점이다. 경비원 정계택씨로부터 『내가 했다』는 자백을 얻어내자 경찰은 흥분했다. 경찰의 예상외의 신속한 범인검거에 대해 지휘권을 갖고있는 검찰은 『우리의 지시가 있을때까지 발표를 보류하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검찰에서 발표할 경우 공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서둘러 발표를 강행해버렸고 깜짝 놀라 직접 정씨를 신문해본 검찰은 『도저히 공소유지에 자신이 없다』고 물러 앉아 버렸다.

이때부터 검찰·경찰수사팀은 「수사」보다는 정씨를 붙잡아둘 명분찾기에 매달렸다.

경찰은 『우리가 밝혀낸 자백만으로도 최소한 영장발부는 가능하므로 일단 구속한뒤 검찰이 보강 수사해 마무리 지으면 됐다』고 검찰의 태도에 불만을 터뜨렸고 검찰은 『섣불리 구속했다가는 경찰의 수사잘못을 뒤집어 쓰게되니 경찰선에서 확실한 물증이 나오기 전에는 절대로 이 사건으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검·경은 엉뚱한 업무상 배임혐의 등으로 구속 영장을 청구함으로써 궁지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며칠동안 법석을 떤 검·경이 발표할 수사결과가 아무것도 없는 웃지못할 희극을 연출한 책임을 얼버무려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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