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교까진 「핵」·남북대화 등이 변수/주변 정세 큰 영향… 급진전엔 우려지난 22일 뉴욕 유엔주재 미 대표부에서 열렸던 미·북한간 사상 첫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미·북한간 관계개선의 속도와 수준은 물론 궁극적인 수교문제에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북한의 관계개선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일·북한수교 회담과 멀지않아 이뤄질 한·중수교 및 남북정상회담 등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쳐 남북한에 대한 미·일·중·러시아 등 4강의 교차승인 등 남북의 평화공존을 위한 국내외적 여건마련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번 미·북한 고위급회담에서 양국간 수교의 시간표가 본격적으로 제시되거나 이렇다할 합의가 도출된 것은 물론 아니다.
미국측은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없이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시작될 수 없다는 입장을 집접 분명하게 전달하는 선에서 이번 접촉의 의미를 찾았다.
이에반해 북한측은 핵무기개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구체적인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미국으로부터 가시적인 언질을 받아 내기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에게는 확답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미국의 진의를 직접 파악한 것으로도 큰 성과가 될 수 있는 접촉이었다.
이번 접촉이 핵문제에 국한되었다해도 미국은 북한에게 「당근과 채찍」을 모두 구사한 셈이며 공은 북한측에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이번 접촉에서 북한이 핵사찰을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현재 북경에서 이뤄지고 있는 참사관급 접촉을 뉴욕에서의 차관보급이상 접촉으로 격상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당장 미·북한관계가 비정기적 실무접촉에서 정기적인 정책협의 수준으로 개선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수교까지 가기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요구해온 것이 많고 양자간에도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있어 수교가 급진적으로 이뤄지리라고 전망하기는 힘들다. 미국은 북한의 태도를 보아가며 한단계씩 관계를 격상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그동안 대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내세워온 사항은 핵문제이외에 ▲남북관계 개선 ▲대미비난 중지 ▲테러행위 중지 ▲6·25 실종미군유해 반환 등이었다.
미국은 최근들어 북한의 인권문제와 스커드미사일 등 고도정밀무기의 해외판매 및 테러지원 중지를 추가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이란·이라크·리비아·쿠바 등과 함께 테러지원국가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북한이 핵사찰 수락후 이같은 현안들을 얼마나 성실히 해결하느냐에 미·북한수교 속도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함께 미·북한의 급속한 관계개선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다른 현안들에 대해서도 성의있는 태도를 보일 경우 고위급 접촉을 통해 무역제재 조치 해제,직통전화 개설 등 통신시설 개방,여행규제 해제,송금허락 등의 조치를 단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북한이 이달말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고 곧바로 비준·발효,상반기내에 사찰이 실시될 수 있다면 미·북한관계는 연내에 일반 대표부급관계로 격상될 수 있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리고 대표부급 관계이후 정식수교는 정치적 고려와 남북관계의 진전속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이계성기자>이계성기자>
◎워싱턴/“「핵」 해결해야 변화있을 것”/모든것 한·미간 긴밀협의/한반도문제 당사자 주도
【워싱턴=정일화특파원】 미북한간의 뉴욕 고위접촉이 있은 22일을 전후해 워싱턴정가에는 이 회담이 과연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쏟아졌다.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회담이 있기 7일전쯤부터 『언제하느냐』 『어디서 하느냐』 『이것이 미북한간 국교정상화의 시발이냐』는 등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캔터김용순회담을 둘러싸고 명백히 드러난 현상의 하나는 미북한 고위접촉에 관한한 한미양국이 전적으로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외교정책담당 사령부인 국무부는 91년 11월8일 노태우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선언,그리고 12월18일의 한반도 핵무기부재선언을 했을때 즉각적인 지지성명을 발표했었다. 『환영한다,지지한다』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했다. 이번 미북한 고위회담이 열리기 이틀전인 20일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회담은 한국정부와 긴밀한 협의하에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이 있은 바로 그날 회담참석자의 한사람인 미 고위관리는 회담직후 급히 워싱턴으로 돌아와 현홍주 주미대사에게 회담내용을 브리핑했고 현 대사는 이를 다시 이 장관에게 보고했다. 23일 오전에는 미국측이 이 장관에게 또한번 직접 회담내용을 브리핑했다.
이상옥 외무장관은 21일 「구 소련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CIS지원회의) 협의차 베이커 국무장관을 방문했을때 베이커 국무장관과 나란히 서서 기자질문에 응하면서 『이번 미북한 회담에 대해서는 한미간에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따라서 한미간에 아무런 의견차도 있을수 없다』고 말했다.
회담이 끝난후 국무부측이 밝힌 내용,그리고 한국대사관측이 밝힌 내용은 정확히 일치한다. 터트와일러 대변인은 『이번 미북한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를 위해 미국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명시한 의무와 남북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내용을 조속하고도 완전하게 이행할 것(Prompt and Full Implementation)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요구한 미북한 관계개선 문제는 북한의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현홍주대사는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뉴욕회담 내용을 설명했는데 국무부측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현 대사는 『한반도문제에 대해 미국은 절대로 우리의 어깨 너머로 문제를 처리하려 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북한이 핵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는 한 미국은 대북한 관계진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핵문제가 해결된다해도 미북한관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남북대화 진전,국제테러행위 중지,무기수출 중지,인권문제 해결 등 4가지 나머지 조건이 해결돼야 한다.
한미관계는 60년대,70년대와는 판연히 달라져 있다. 첫째는 한국은 연 1백50억달러어치의 미제상품을 사주는 미국의 6번째 수출국이 돼있고 둘째는 민선대통령이 들어서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순무역고는 연간 1억달러도 안된다. 더군다나 40년 1인독재를 미국의 어느 누가 지지하고 나설 입장이 아니다. 미국은 한반도문제는 한국이 주도해 풀어야 한다는 것을 공식화하고 있는 입장이다. 남은 과제는 한반도문제를 풀 슬기를 한국인 스스로가 어떻게 짜 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