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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에 농락… 다각수사 “뒷전”/혼미빠진 시험지 도난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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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에 농락… 다각수사 “뒷전”/혼미빠진 시험지 도난사건

입력
1992.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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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단정… 현장보존등 허점/뚜렷한 물증없이 시험지 찾기만 급급/신문외 대안부재… 수사 진전 기대난서울신학대 대입시험지 도난사건 수사가 완전히 벽에 부딪친채 표류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25일 범인으로 지목된 이 대학 경비원 정계택씨(44)의 연행시간이 법정시한을 넘어서자 별개의 사건인 횡령 등 혐의로 일단 구속시키는 고육지책까지 썼으나 현재 수사상황으로 보아 「시간벌기」 효과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인다.

수사진이 사건발생 닷새동안 확보한 수사성과는 정씨 스스로 범인이라고 밝힌 자백 단 하나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잦은 번복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통해 정면으로 그 신빙성을 의심받고 있다. 결국 그동안 수사를 지탱해온 유일한 근거조차 붕괴될 위기에 처해있는 셈이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를 이 지경으로 그르치기까지 숱한 수사기술상 잘못을 범했다.

결과적으로 보아 수사진 전체가 정씨 한 개인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한꼴이 됐다. 경찰은 사건초기에 정씨로부터 쉽게 범인이라는 자백을 얻어냄에 따라 모든 수사기능을 이에 집중,시간마다 변하는 진술에 끌려다니며 시험지 찾기에만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 때문에 현장보존을 비롯한 초동수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례를 들어 신고접수직후 「최초목격자가 가장 범인에 접근해있다」는 수사기술상의 ABC를 무시,정씨를 단순참고인으로 조사함으로써 추후 자백한대로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을때 옷에 남았을 유리가루 검출 등을 도외시,결정적 물증을 확보할수 있었을 기회를 놓쳤다.

결과론이지만 경찰이 처음 이 사건을 학내분규와 관련된 내부자의 범행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도 수사를 그르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정씨가 범행을 자백한 당일인 22일 상오까지만해도 경찰은 검찰의 정보제공 및 지휘에 따라 전·현 총학생회 간부학생,반김종남학장 계열교수들에게 용의점을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는 바람에 다각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경찰은 『검찰이 사건을 일정방향으로 몰려고 했던 것 아니냐』고 불평하고 있다.

이러한 실책들로해서 공범,또는 배후의 인물이 증거나 단서를 은폐할만한 충분한 시간을 벌어준 셈이 됐다.

어떻든 검·경은 이제 좋든 싫든 정씨의 자백이라는 최후근거마저 잃을 경우 속수무책인 상태에 빠져있다. 변칙적인 수사시간 확보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계속 정씨를 신문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즉 정씨를 비롯,이미 여러차례 조사를 받은바 있는 황모양과 황양의 어머니,서울신학대 이순성 교무과장,정문수위 이용남씨 등 교내인물을 재수사할 수 밖에 없어 획기적인 계기가 없는한 상당기간 수사진전을 기대하기 힘들것으로 보인다.

한 수사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씨의 심리적 압박이 가중돼 결국은 정확하게 진술하게 될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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