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자유화 부작용 근절/사유재산제 도입 눈앞에/조만간 대규모 국영기업등 민영화 예상러시아가 급진경제개혁 정책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23일 모든 상업활동을 자유화하는 대통령포고령에 서명함으로써 가격자유화에 이은 또 하나의 경제회생 방안을 전격 도입했다.
옐친 대통령은 특히 각종 수입규제 조치를 철폐하는 등 대외개방 조치를 병행실시함으로써 세계시장으로의 편입과정을 통해 개혁추진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과시했다.
러시아의 이런 조치는 자본주의 이념을 지탱하는 두개의 축인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 원칙을 보다 활성화시키려는 정책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동시에 지난 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격자유화 조치를 보완하고 다음 개혁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현재 가격 및 임금자유화 조치로 물가가 폭등하고 민생폭동이 잇따르는 등 개혁암초에 부딪쳐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만성적인 물자부족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도입한 물가자유화 조치가 오히려 국영상점과 자유시장이 공존하는 이원화구조를 심화시켜 「풍요(자유시장)속의 빈곤(국영상점)」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같은 부작용은 가격자유화 실시 이전부터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자유화정책이 뿌리내릴수 있는 경제환경이 조성됐다면 최소화 시킬수도 있었다는게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예컨대 국영기업의 민영화나 토지사유화,선진조세제도 확립 등을 통해 국가재정과 유통구조를 튼튼히 하고 물가폭등에 따른 서민들의 생활고를 국고보조로 보전해주는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면 가격자유화 충격은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은 이같은 정지작업을 미처 끝내지도 못한 상태에서 가격자유화 실험에 들어갔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러시아주민들이 특별허가를 받지 않고 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마피아로 통칭되는 특정그룹이 유통단계를 장악,물가상승을 부추기는 반사회적 행위를 근절시키는데 2차적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무역장벽제거 방침도 외국상품이 국내상품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국내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해 왜곡된 시장구조를 개선코자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전환시키려는 러시아의 자본주의 실험은 가격자유화 조치로 일단 걸음마단계에 들어섰다. 경제전문가의 지적대로 러시아의 개혁추진 과정이 앞뒤가 바뀌었다고 할지라도 러시아는 토지사유화와 국영기업 민영화라는 다음 개혁과정,즉 사유재산제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러시아의 사유재산제 도입은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옐친 대통령은 지난해말 기존 농업정책의 핵심인 집단농장제도를 폐지하고 자영농육성을 위한 농업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러시아농민들은 이 계획에 따라 개인영농을 하거나 여러사람이 공동투자해 집단농장을 매입,공동영농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모스크바시 당국도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가격자유화 시책에 앞서 4천5백여개의 국영상점을 민영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국영상점제도와 가격자유화는 경제이론상 양립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취해진 조치이다.
따라서 러시아정부는 가격자유화 조치를 빠른 시일내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성내의 모든 국영상점을 민영화하는 후속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러시아가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삭제방침을 통보한 사실에 비춰볼때 조만간 대규모 국영기업의 민영화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민영화를 위한 법적토대를 마련하는 것보다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실제로 옐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경제비상대권을 장악한후 국영기업 민영화와 토지사유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민영화 방법과 이에 따른 세제마련 과정에서 온건파와 급진파간의 대립이 격화돼 민영화 시행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외 무역자유화 조치도 지난해 11월 이미 도입됐지만 소련내 정정혼란과 투자환경 미비로 서방국가들이 이를 외면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때 옐친 대통령의 급진 개혁정책이 완전히 뿌리내리기까지는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진희기자>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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