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청구시한 「편법」연장등 고민/“자백일관성”서 “동기일관성”으로 후퇴/직접물증없어 이대론 공소유지 불가능발생 이틀만에 경찰이 범인검거를 발표,쉽게 마무리 될 것으로 보였던 서울신학대 대입시험지 도난사건은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미궁에 빠져드는 기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24일 영장청구시한 48시간이 지나자 「법원관할소재지외 지역」이라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원용,영장청구시간을 늦춘것이 이같은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당초 직접 증거가 될만한 물증을 전혀 찾아내지 못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백의 내용에 일관성에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점을 들어 이 대학 경비원 정계택씨(44)를 범인으로 단정했다.
그러나 24일 현재 범인단정의 유일한 근거였던 정씨 자백조차 수 없이 번복돼 신빙성을 잃게됨에 따라 「과연 정씨가 범인인가」라는 기본적 의문이 제기될만큼 수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검·경은 여전히 『정씨가 범인이라는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으나 그 근거는 「자백의 일관성」에서 이제 「자백내용중 범행동기부분의 일관성」으로 크게 축소됐다.
그러나 단순히 『평소 친밀한 같은교회 신도를 돕기 위한 선의』라는 동기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데다 특히 단독범행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수사팀 내부에서 조차 강한 회의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 수사팀은 도난당한 시험지,또는 그 흔적을 찾아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판단,이 부분에 필사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검·경은 지금까지의 「쓰레기장 옆에서 태웠다」 「찢어버렸다」 「구겨버렸다」는 진술이 모두 사실이 아닌것으로 보고있다.
우선 어렵게 입수한 시험지를 곧바로 폐기처분했다는 정황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데다 8절지를 기준으로 32장 분량이나 되는 시험지를 처분했을 경우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그 흔적이 남아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험지는 분명히 어디엔가 있다」는 것이 수사팀의 확신이다.
검·경이 영장을 청구하지 못한 이유는 만약 물증없이 구속기소해 정씨가 법원에서 자백을 번복하면 무죄판결을 받게될 것이라는 우려때문.
영장청구를 늦추게되면서 검찰과 경찰간에 미묘한 갈등도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자백을 시작하자 경찰이 섣불리 발표부터 해놓고 마무리 짓지 못한 「실수」가 영장처리를 통한 신병확보수사를 계속할 수 없게된 요인이라고 보고있다.
당초 경찰은 정씨가 자백을 시작하자 발표시점을 놓고 논의를 거듭하다가 『경찰이 해결했으니 경찰이 발표해야한다』는 생색론이 우세해 검찰과 상의없이 발표했다는 것이다.
검·경은 물증확보수사외에 정씨가 주택조합사기와 공급횡령 등 지능범죄 전력이 있는 점을 중시,입시브로커 등의 사주를 받아 돈을 받고 빼냈을 가능성과 정씨가 평소 반조종남학장계열의 학생·교수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점 등에 따라 특정 목적에 따른 범행계획에 가담하고 혼자서 덮어 쓰기로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어떤 방향에서 수사성과가 나올지 모르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공소유지가 불가능,정씨가 범인이라는 사실조차 불분명하게될 것이 명백하다.<부천=원인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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