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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룡」(정경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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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룡」(정경희 칼럼)

입력
1992.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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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재벌 총수의 방식이야말로 나폴레옹방식이다』 ­일본의 고무로(소실직수)라는 사람은 한국이 왜 뒤지는가를 진단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나폴레옹방식」이란 황제가 전체 군대를 파악하고 『황제의 의지와 결단으로 단숨에 적을 뒤엎는』 방식을 말한다. 압도적으로 효율적이지만,동시에 나폴레옹이 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고무로는 진단한다.게다가 한국 기업의 두드러진 특징은 「일족에 의한 요직의 독점과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직장이동」이라고 고무로는 말한다. 그래서 한국의 기업은 「공룡」처럼 커지고 공룡처럼 멸망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교토(동도)에서 6백50대의 택시를 굴리고 있는 재일동포 기업가 유봉식씨는 말한다. 『제 강연을 들으러온 한국 택시회사 사장들이 택시보다 더 좋은 자가용을 타고 왔겠지요. 그래가지고는 안됩니다』 그는 택시회사 사장들은 우선 자가용을 팔아치우고,운전면허를 따서 택시운전을 해보라고 권고한다.

사실 한국의 기업들은 덩치가 큰 대기업도 동네의 구멍가게처럼 창업주 일족이 소유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의 대주주 한사람 평균지분은 29%에 가깝고(88년말),30대 재벌의 총수와 직계가족들의 계열사 소유집중도는 자그마치 65.6%나 됐다(89년).

일본의 경우 대기업의 대주주 지분이 10%를 넘는 경우는 1백중 15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나마 대주주는 대부분 개인이 아니라 은행같은 법인이다. 사실상 일본의 대기업은 국민의 기업이요,공기업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의 험악한 노사분규가 1주일만에 끝나 27일 조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쪽 주장에 의하면 자동차수출차질 2만5천여대,부품을 대는 협력업체까지 합쳐 1조3천억원이 넘는 경영손실을 가져왔다고 했다.

노조의 자진후퇴로 우선 급한 불은 꺼졌지만,그러나 1조3천억원을 헛되이 낭비하고 교훈을 얻지않는다면 우리의 장래에 희망을 걸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자동차업계의 노임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번 싸움은 지난해의 「흑자 나눠먹기」가 그 쟁점이었다.

한국경제가 이런 식의 나눠먹기 다툼을 졸업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대기업이 하루속히 국민의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소유를 공개·분산하고,경영을 소유로부터 분리하는 것이다. 그때 국민은 근로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폴레옹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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