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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쓸이」 개혁?(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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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쓸이」 개혁?(장명수칼럼)

입력
1992.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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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규 신임 교육부장관은 22일 첫 기자회견에서 『대학입시를 국가가 관리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일이며,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수로,총장으로,대학에서 한평생을 보낸 그가 어떤 교육적 신념을 갖는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교육부장관이 된후 그의 의견이 대입제도 전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좀 성급했다고 생각한다.다른 많은 정책들처럼 교육정책도 그동안 자주 바뀌어 왔는데,바뀔때마다 어제의 정책을 충분히 검토 보완하는 대신 1백80도로 완전히 바꾸는 것이 일관된 특징이었다. 1945∼53년은 대학별 출제로,54년엔 대입연합고사와 대학별 본고사로,55∼61년은 대학별 출제로,62∼63년엔 대입자격 국가고사로,64∼68년은 대학별 출제로,68∼80년은 대입 예비고사와 대입 학력고사로 바뀐 것이 해방후 47년간의 대입제도 변천사이다.

이제 뒤돌아보면 교육정책의 잦은 전환에 새삼 놀라게되고,『경솔했다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교육이 국가의 백년대계란 것은 말뿐이고,크고 작은 문제점이 드러날 때마다 「국가관리」와 「대학별관리」 사이를 손바닥 뒤집듯 왔다갔다 한 셈이다. 그러니 그 두가지 방식은 모두 폐기될만큼 단점이 많기도 하고,채택될만큼 장점이 많기도 하다는 얘기가 된다.

어떤 제도나 정책은 시행하는 동안 나름대로 장·단점이 드러나게 되고,단점이 더 많을 때는 마땅히 고쳐야 한다. 그러나 고칠때는 그 제도를 시행하는 동안 축적된 경험과 그 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새 제도에 반영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실패를 줄이고,지난날의 교훈이 유익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무슨 연유에선지 조금씩 조금씩 개선하여 보완하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항상 전면개혁을 선호해 왔다. 국민도 대개혁이나 대전환을 해야 만족하지,부분적인 보완정도는 마음에 차지 않는 경향이 있다. 화끈하게 판을 쓸어버리고 새로 시작해야만 가슴이 시원하다는 식이다.

이 시대에 「자율화」처럼 중요한 가치는 드물고,대학들은 마땅히 자율적인 방식으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충분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국가관리」에서 사고가 터졌으니 당장 「대학별관리」로 전환하자는 아우성은 얼마후에 다시 「국가관리」로 가자는 아우성을 이미 예비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방향을 미리 정해놓지 말고,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여러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싹쓸이 개혁」을 더이상 선호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국가백년대계의 틀을 바로 세워야 한다.<편집국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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