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비스업도 「미소작전」/“사업의 성패 고객봉사에 달려”/호텔·식당들 종업원 친절교육/과거구습 남아 「체질화」까진 시간걸릴듯모스크바의 식당과 호텔 등 서비스업계 종사자들의 얼굴에 그동안 실종됐던 미소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소련의 요식업체와 숙박업소에서는 절대 친절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온 정설이다. 소련연방의 형성에서 소멸에 이르는 지난 74년간 거의 모든 업체들이 국가의 소유하에 있었던 관계로 개인적 노력여부에 상관없이 일률적인 봉급을 받아온 서비스업 종사자의 자세가 그만큼 퉁명스럽고 거칠었던 것.
그 한 예로 얼마전 모스크바의 이즈마이로바 호텔 식당에 식사를 하기위해 모인 손님들은 종업원의 장기게임이 끝날때까지 40분간을 참을성있게 기다려야만 했다.
웨이터중 두명이 주방 뒷방에서 장기게임을 벌이고 있는 광경을 다른 6명의 종업원이 늘어서서 구경하느라 누구 하나 손님의 주문을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각 부문의 민영화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태도에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의 래디슨 스라브얀스카야호텔에서 종업원 교육을 담당하게 된 미국인 앨런 윌시는 호텔 사업의 성패는 고객에게 어떻게 서비스 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교육을 통해 거듭 강조하고 있다.
스칸디아 식당의 웨이트리스 올가 크리로바는 종업원들이 처음으로 자신이 해고될수도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손님에게 보다 좋은 인상을 주기위해 미소를 짓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편 업주들은 화석처럼 얼굴표정이 굳어버린 종업원들을 미소를 지을줄 아는 젊은이로 교체하고 있으며 손님과 대화시 눈을 바라보도록 반복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월시는 스라브얀스카야호텔의 종업원을 채용할때는 과거 식당과 호텔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배제하고 「친절이 생명이다」라는 원칙을 빨리 체질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을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과거의 구습이 많이 남아 있어 곳곳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을 목격하기란 어렵지 않다.
소련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탑승자들은 최근 비행도중 조종사와 스튜어디스 사이에 벌어진 싸움을 뜯어말리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이유인즉 스튜어디스가 잡지 읽기에 바빠 조종사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
이 항공사의 승무원들은 간혹 기내식 데워주기를 거부하거나 아예 식사제공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인투어리스트호텔 식당의 고객들은 테이블을 잡기위헤 웨이터에게 뇌물을 줘야하는 경우가 많고 때에 따라서는 이미 사용한 포크와 나이프 등 식기를 직접 씻어야 할 뿐만아니라 자신의 테이블도 스스로 닦아내야 한다. 빵가게 주인들이 손님과 언쟁을 벌이는 일은 다반사다. 빵덩어리를 고객의 얼굴에 던지는 경우도 흔히 볼수 있다.
상점과 은행,미장원은 종업원들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문을 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편리한대로 영업시간을 정하고 있는 곳도 많다. 문화적인 전통으로 러시아인에게 미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낯선 타인의 눈을 바라보기를 꺼리고 모르는 사람에게 웃음짓는 경우란 극히 드물다.
크리로바는 『만일 지하철역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미소를 던지면 그들은 나를 창녀로 단정한다』면서 『러시아인들은 아직도 미소짓는 습관이 다소 이상스럽게 보인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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