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원전마을 「백혈병 발병」 “충격”/작센주 2년새 6명 발생 둘 사망/염색체 이상 확인… 당국 “진상규명후 정책 전면 재검토”【베를린=강병태특파원】 독일의 한 원자력발전소 인근 마을의 어린이들이 방사능 오염물질 때문에 백혈병에 걸린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되고 있어 충격을 던지고 있다.
방사능이 백혈병 등 각종 암을 유발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방사능 오염환경과 백혈병 집단발병간의 직접적인 관계가 입증된 것은 처음이어서 원자력발전에 관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독일북부 함부르크에 인접한 니더 작센주 옐프마슈 마을.
이 마을은 엘베강변의 저지대에 있는데 강 바로 건너편에 크뤼멜 원자력발전소와 2개의 연구용원자로를 가진 GKSS 원자력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지난 2년사이 1천4백명의 어린이중 6명이 혈액암인 백혈병에 걸려 이중 두명이 이미 숨졌다.
이는 백혈병이 15세 이하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평균 10만명당 4∼5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암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1백배나 높은 발병률이다. 공영 제1TV ARD는 지난주 이를 보도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마을뿐 아니라 인접한 함부르크시의 베르게도르프 지역에서도 백혈병 어린이들이 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90년 여름 아홉살된 어린이가 처음으로 사망한 이래 니더 작센주정부는 「백혈병 전문가위원회」를 설치,원인규명에 나섰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이 때문에 디옥신 등 화학물질 오염추정 등이 있었고 뢰퍼 연방환경장관은 바이러스 감염가능성이 높다고 강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마을의 건강한 어린이들의 백혈구를 정밀검사한 결과 염색체 이상이 발견돼 방사능이 발병원인이란 것이 확인됐다.
유전인자를 가진 염색체의 인위적 변형은 방사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이 마을 어린이들의 백혈구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평균 2배 이상 많은 변형염색체가 발견돼 방사능 외의 다른 원인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문제는 엄격한 안전기준을 잘 지켜온 것으로 확인된 원자력발전소에서 어떻게 방사능이 누출됐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발전소에서 엘베강으로 배출되는 냉각수속에 들어있는 발암물질 트리튬(삼중수소)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주민들이 먹는 음식물을 오염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87년 겨울 홍수로 엘베강이 범람,저지대인 옐프마슈마을의 들과 정원 등이 물에 잠겼을때 트리튬에 오염돼 이곳에서 나는 채소 등을 통해 인체에 들어갔을 가능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대해 크뤼멜 원자력발전소측은 냉각수 등을 통해 배출되는 방사눙물질의 양은 한번도 기준허용치를 초과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이는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측이 방사능물질 배출기준을 잘 지켜왔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 「백혈병사태」의 심각성을 높이고 있다. 즉 기존의 안전조치가 미흡하고 배출허용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위해 불가능하다면 원자력발전소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상상할 수 있기 때문. 니더 작센주 사회부장관도 『진상규명 결과가 최종 확인된다면 원자력발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옐프마슈마을의 방사능 오염물제의 최종 진상규명은 이 마을 성인들에 대한 염색체 이상여부 검사가 끝나야 가능하다.
이 검사를 맡은 노이헤르베르크 방사능 안전연구소는 이미 지난 87년 뮌헨 인근의 가르칭 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들간에 백혈병이 다수 발생한 사례를 조사했을때도 트리튬 오염으로 추정했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발전소측에서는 배출허용기준을 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이번 옐프마슈마을의 경우와 같은 정도의 진상규명에는 이르지 않았었다.
핵발전소주변 주민들의 백혈병 발병사례는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 많이 확인돼 왔다. 영국 셀라필드 핵연료 재처리공장 주변의 경우 영국 전체평균의 10배가 넘는 어린이백혈병 발병률을 보였었다. 독일에서도 라인란트 팔츠주의 엘바일러 우라늄 가공시설 주변에서 백혈병이 다수 발생,공장이 폐쇄됐다.
그러나 이번 크뤼멜발전소와 옐프바슈마을 어린이들의 백혈병 집단발병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최종확인되면 각국의 핵발전소정책을 둘러싼 논란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