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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자유화 시대의 의미/김인준 서울대 국제경제학(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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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자유화 시대의 의미/김인준 서울대 국제경제학(목요진단)

입력
199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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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자본자유화 시대가 그 막을 열었다. 올해부터 외국인 투자가의 직접 증권투자가 허용된 것이다. 주식시장 개방 10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규모가 2억7백만달러 정도라 하나 아직 주식시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자유화는 우리경제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다.자본자유화라고 하면 그 초점이 보통 증권시장과 증권산업에 맞춰지곤 한다. 자본의 유출입이 증권시세와 증권산업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자유화를 단순히 증권과 증권산업의 문제로 보는 것은 옳은 시각이 아니다. 특히 단기적인 증시의 부양책으로 자본자유화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본자유화에 따라 외국자본이 증시에 들어오면 주가를 올리겠지만 만약 침체기에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면 주가의 폭락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 주식시장과 관련,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세계 최대의 채권국인 일본이 우리의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도 유의해야 한다.

자본자유화 시대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본자유화가 경제일반 및 국제수지와 국내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처하는 일이다. 자본자유화와 관련,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자본자유화와 환율의 안정문제이다. 자본이동이 규제된 상황에서 환율은 보통 재화의 가격경쟁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국제수지가 적자를 보면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환율은 평가절하되고 반대로 흑자를 보면 평가절상된다. 그렇지만 자본자유화가 이루어지면 국제간 자본이동이 보다 직접적으로 단기환율에 영향을 주며,이러한 환율변동은 물가 등 경제일반 및 국제수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일례로 스페인의 경우를 살펴보자. 자본자유화를 실시할 당시 스페인은 경상수지 적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자본이동이 없었다면 환율은 평가절하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당시 스페인 국내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자본이 스페인으로 유입되면서 환율은 오히려 평가절상되고 국제수지는 더욱 악화되었다.

우리도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최근 우리의 원화도 다소 고평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이 많이 유입되면 환율은 평가절하되는 대신 평가절상 되면서 경상수지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자본자유화 시대를 맞이하여 어떻게 환율을 안정시킬 지에 대한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현행 시장평균환율제도의 변동폭을 넓혀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게 해야 하겠지만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장기 균형환율로부터 크게 이탈할 경우에는 외환시장의 개입도 필요할 것이다.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한·미 통상마찰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 균형환율을 중심으로 환율을 유지할 경우 큰 마찰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환율을 안정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경제를 선진경제형으로의 체질개선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본자유화의 전제조건으로 고도성장기에서 안정성장기로의 이행,금융의 자율화,무역과 외환자유화,그리고 국제수지의 안정 등을 들고 있는 것은 이와같이 경제를 선진경제형으로 개혁해야 자본자유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지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그 부작용이 더 클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와같은 선진경제형으로 개혁은 경제안정이 무엇보다도 전제가 된다.

한편 자본자유화는 국내금융시장과 국제금융시장과의 결합을 의미한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변화는 크게 금융의 자유화,국제화,증권화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한 금융의 자율화는 금리 규제의 완화는 물론 금융산업간 업무영역 규제의 완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금융자율화에 대한 좀 더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자율화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외압에 따른 금융개방의 가속화는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그 만큼 뒤떨어지게 할 것이다.

자본자유화는 또한 금융산업 개편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은행과 증권업을 분리하는 분업주의를 택하고 있다. 반면에 유럽은 겸업주의를 택하고 있으며 분업주의를 택하고 있던 미국과 일본도 겸업주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이다. 앞으로 금융산업 개편 논의의 주대상은 분업주의냐 겸업주의냐 하는 업무 영역조정문제,국제경쟁에 대처하기 위한 경쟁력 제고방안 문제,그리고 금융산업개편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문제들이 될 것이며 정부는 여기에 대한 명확한 방향제시를 해야 할 것이다.

자본자유화는 필연적인 추세이다. 그렇다면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경제를 위해서 제 여건을 감안,그 시기와 속도조절을 능동적,적극적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 임기응변적인 정책의 수정은 그만큼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훼손시킨다는 점과 자본자유화가 이루어진 상황하에서 경제 정책의 효과는 그 전과 같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고 자본자유화 시대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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