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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CIS지원 미묘한 갈등/22∼23일 미주관 워싱턴회의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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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CIS지원 미묘한 갈등/22∼23일 미주관 워싱턴회의 안팎

입력
199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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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나토창구로 각국 부담조정”/EC “한일없는 미가 주역 행세”/CIS 공식적 원조요청도 없어 실질성과 의문【워싱턴=정일화특파원】 미국,유럽공동체(EC),일본,한국,남미 각국이 포함된 47개국 대표와 국제적십자사를 비롯한 7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 「구 소련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CIS 지원회의)가 22∼23일 양일간 미 국무부 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들 대표들은 식량,의료,주택,수송 등 5개분과로 나눠 분야별로 구 소련이 필요로 하는 지원내용과 구체적 지원방법을 논의하게 된다.

국무부는 47개국 대표,7개 국제기구 대표가 일시에 참석하고 이에 따라 2백명 이상의 외국 기자들이 몰리는 이번 회의를 위해 21일 하오부터 비상근무 태세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런 엄숙해 보이는 국제회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회의의 성과가 얼마나 성공적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측이 많다.

우선 역사상 한 나라의 경제적 곤경을 지원하기 위해 이런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린 일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일단 개별국가의 정책에 의한 것일뿐이어서 이같은 국제회의가 실질적으로 별다른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피원조국인 구 소련(CIS)이 구체적으로 어떤 원조를 호소한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원조국이 식량,의약품,주택 등에 대한 지원을 할 경우 CIS가 이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도 미정인 상태이다.

그동안 미국,독일,일본,영국 등에서 식량,의약품 등의 인도적 구호품을 러시아,아르메니아,우크라이나 등에 산발적으로 보냈으나 구호품이 이를 필요로 하는 국민들에게 직접 전달되지 못하고 관리들에 의해 횡령되거나 도둑질 당해 암시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송문제에도 큰 어려움이 있다.

CIS는 이미 항공기,트럭 등 주요 장거리수송 수단이 거의 마비됐기 때문에 구호품을 적기에 적소로 운반하기가 매우 어렵게 돼있는 상태다.

미국은 지난 10월 농무부서 1억6천5백만달러어치의 식량을 무상으로 CIS에 공급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러나 91년 12월말 현재 수송,접수문제로 겨우 1천5백만달러어치만 CIS에 전달됐을 따름이다.

EC는 13개월전 3억달러의 식량원조를 발표했으나 지금까지 겨우 절반만 전달할수 있었다. 일본은 6억달러어치를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한푼도 전달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독일이 제공한 무상식량원조분의 일부가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에서 송두리째 도둑맞는 사건이 발생했고,네덜란드측이 제공한 육류는 모두 모스크바 암시장에 나와있다는 보고까지 있어 서방측이 이런 상태로는 더이상 지원을 하지 못하겠다고 경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CIS지원분을 구성국 12개국에 누가 어떻게 나눠줘야 할 것인가도 까다로운 문제로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지원국들은 미국이 단순히 원조금을 나눠주는 역할만 맡기를 허용하려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번 회의를 『관계 당사국의 의견을 우선 들어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자신은 하루아침에 형편없이 무너져버린 소련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이틀간의 회의후인 23일 하오 참가국 대표들은 회의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74년 역사의 소련제국 붕괴가 미국의 구심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확인하는 성격을 확실하게 할수는 있을 지언정 CIS지원에 대한 결말을 쉽게 내지못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 소련에 대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베를린=강병태특파원】 구 소련 및 동구지원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국제회의 및 30일의 유엔안보리 정상회담과 관련,미·영과 독·불이 미묘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 회의를 통해 각국의 부담을 적절히 조절하고,특히 소련내의 혼란을 고려해 나토(NATO)가 지원통제창구 역할을 맡도록 하자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구상은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EC 국가들로부터 적잖은 의혹을 받고 있다. EC국가들은 소련 지원실적이 별로 없는 미국이 이 회의를 통해 소련지원의 주역인양 행세하고,특히 영향력이 감퇴하고 있는 나토를 다시 전면에 부각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해 이 국제회의 구상을 제시하자 특히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소련지원에 소극적인 미국이 소련지원 부담을 거의 전부 짊어져 온 EC국가들을 워싱턴으로 부르는 것은 난센스라고 정면으로 매도했다.

독일정부는 공식적으로 강경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미국은 독일에 계속 소련지원부담을 전가하는 데 이 회의를 이용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독일측은 지금까지 독일이 소련에 6백억달러의 각종 지원을 제공,서방 전체지원의 70% 이상을 부담해 온 데 비해 미국은 2%선에 그쳤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독일지원의 상당부분이 통일승인에 대한 사례성격과 구 동독주둔 소련군의 소련내 주택 건설 등 독일의 필요에 따른 것임을 고려하더라도 비교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라는 지적이다.

독일의 집계에 의하면 미국외에 프랑스의 지원부담도 전체의 2%선이며,영국과 일본은 1%선 미만이다. 독일 언론들은 이들 서방주요국들의 지원규모가 한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 「군소국가」들보다 훨씬 적은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나토의 정치적 위상을 제고하려는 미국의 의도도 독일과 특히 프랑스의 EC독자외교 확대의지를 감안할 때 실질성과는 의문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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