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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아우성(정경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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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아우성(정경희 칼럼)

입력
199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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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야 아니겠지만,믿어지지 않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선거를 앞두고 한 국회의원은 「하루 1천명 만나기」라는 목표를 세워놓고 뛴다는 얘기다. 얼굴을 알리고 악수하고 미소를 뿌려두자는 것일게다. 또 어떤 의원은 주말에 하루 여섯끼니를 지역구 주민들과 먹었다한다.참 웃기는 얘기다.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하는게 아니다. 평소 그가 국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하는 「실적」이 바로 선거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소와 악수정도라면 약과다. 지난해 11월 이명현교수(서울대)가 텔레비전에서 법을 어겨가며 돈을 뿌리는 금배지 지망생들을 비판해서 말썽이 됐었다. 『감옥에 가야될 사람들이 국회의사당에 가 앉아 가지고 법을 만든다 이거지요. 그 …법을 사람들이 존경하겠느냐 이거예요. …감옥에 들어가 앉아야될 사람들이 근사한 옷 입고 다니면서 남한테 인사를 받고 다니니 그 법을 누가 지키느냐 그거예요』 국회에서는 이 말이 「국회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어쨌든 번쩍이는 금배지를 보는 국민의 눈은 결코 관대하지 않다.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를 상대로 알아본 여론조사에서 준법질서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자그마치 61.8%가 정치인을 꼽더라고 했다(한국법제연구원). 또 가장 싫어하는 직종으로 정치인이 첫째로 올라 70%,또 가장 부패한 계층도 역시 정치인이 첫째로 꼽혀 70%가 지목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

물론 정치인이라면 국회의원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또 지난해 뇌물외유로부터 수서택지사건 등 줄줄이 사건이 터졌으니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당연하다고 할수 있다.

그런데도 여·야 각 당마다 공천소동이 요란하다. 그것도 주권자인 국민과는 상관없는 「막후정치」판이다. 국가경영을 위한 정책노선이나 유권자의 뜻보다는 충성심과 「연줄」과,어쩌면 선거자금 동원능력으로 판가름나는 뜀박질이다.

도대체 몇억원의 돈보따리를 풀어가며 「국민에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의 속셈은 뻔한 것이다.

원래 벼슬은 자청하는게 아니었다. 『선비는 초빙을 기다린다』했다(예기). 율곡도 말했다. 『옛날 배우는 자들은 일찍부터 벼슬을 구하지 않았다. …대개 벼슬이란 남을 위하는 일이요,자기를 위하는 일이 아니다』

열치를 팽개친듯 이리저리 뛰며 국가에 봉사하겠다고 자청하는 「꾼」들을 유권자는 기억해 둬야한다. 공천 자체가 공개적으로 될 때 민주화가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기억해둬야 한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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