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은 「린 생산방식」/전공정 팀별 책임제… “불량률 0”/조립시간·인력등 구미의 절반린(lean) 생산방식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공장에서 태어난 린 생산방식은 일본산 자동차가 세계시장을 석권하면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일본내의 다른 산업에도 확산돼 확고부동한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해 번번히 참패를 당하고 있는 선진국 기업들은 일본의 성공비결이 린 생산방식에 있다고 보고 이 방식의 도입을 서두르는가 하면 유수한 연구기관에서는 린 생산방식의 정체를 파헤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국제자동차 산업연구프로그램(IMVP)으로 지난 87년부터 5년간에 걸쳐 55명의 연구원이 5백만달러를 투입,세계 90여개 자동차공장을 직접 방문,여러가지 생산방식을 연구한 끝에 린 생산방식의 정체를 밝혔다. MIT공대의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세계를 바꾼 기계」(The Machine that Changed the World)라는 제목으로 책을 만들었고 국내에서도 지난해 기아경제연구소가 「생산방식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MIT연구팀은 결론을 내린대로 세계기업인들은 린 생산방식이 대량생산방식을 물리치고 21세기의 표준생산체제로 자리잡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린 생산방식의 정체는 무엇이며 도대체 어떤 장점때문에 세계의 기업들이 이 생산방식에 경도되고 있는가.
린이란 작다는 뜻이다. 이 생산방식에 처음부터 린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이 아니고 MIT연구팀에 참여한 존 크래프시크가 대량생산방식에 비교하기 위해 「린 생산방식」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린 생산방식은 세계 2차대전이 끝난 직후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공장에서 시작됐다. 세계각국이 미국에서 시작된 대량생산방식을 다투어 받아들여 성공을 거두었지만 도요타자동차의 창립자인 도요타 에이지(풍전영이)와 경영에 참여하고 있던 오노 다이이치(대야내일)는 50년대부터 일본체질에 맞는 새로운 생산방식의 실험을 계속하며 이 생산방식의 개념을 개척해나갔다.
이 두사람은 미국식 대량생산방식의 결점을 파악,그 결점들을 제거하면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포드식 조립공정에서는 근로자가 한두가지 일을 반복적으로 기계적으로 수행하며 감독자는 근로자들이 지시된 내용대로 작업을 하는지를 감독만 할 뿐이다. 기계수리는 전문담당자가 있으며 청소는 청소년이 맡고,품질관리는 또 다른 사람이 맡는다. 중도에 불량품이 발견되는 현장에서 고치는 것이 아니라 수리작업장으로 보내진다.
공장경영의 성과를 생산량과 품질이라는 두가지 기준으로 평가된다. 긴급상황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생산공정이 중단되지 않으며 불량품이 장착된 채로 자동차가 조립공정을 흘러가도록 불량품개체나 수리가 안된다. 수리작업장에서 할 일로 인식되고 있다.
도요타와 오노는 이같은 대량생산방식이 인력 원자재 및 시간의 낭비가 너무 많다고 생각,새로운 생산방식을 실험했다.
우선 작업자그룹을 하나의 팀으로 묶고 그 팀은 팀 리더의 지휘아래 함께 조립작업을 하게하고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위해 힘을 모았다. 이 팀은 청소에서부터 사소한 고장수리 품질검사도 했으며 정기적으로 모여 생산공정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안하도록 했다. 또 대량생산방식에서는 고급관리자만이 공정을 중단시키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각 작업장위에 줄을 연결해 놓고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든지 항상 줄을 잡아당겨 조립공정을 중단시키도록 했다.
그리고 전체 팀구성원이 모여 문제의 해결책을 강구,작업자들은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끝까지 추적하도록 했다.
이 방식을 시도하자 생산공정이 계속 정지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작업팀들이 문제를 확인하고 근본원인에 이르기까지 문제를 추적하는 경험을 쌓게 됨에 따라 불량품의 수는 놀라울 정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생산방식이 정착되자 출하전 수리작업량이 계속 감소한 것은 물론 품질도 끊임없이 향상된다는 사실이었다.
오늘날 누구나 조립공정을 중단할 수 있는 도요타공장에서는 별도의 수리작업장이 없고 결함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감독자가 아무리 열심히 작업자를 감시하고 품질검사 담당자가 품질검사를 아무리 철저히 해도 대량생산공장에서는 공장의 20%의 면적과 전체 작업시간의 25%가 실수를 바로잡는 수리작업에 투입되고 있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린 생산방식의 우수성은 미국 GM공장과의 단순비교로도 금방 드러난다. GM의 프레밍햄공장에서의 자동차 1대당 조립시간은 40.7시간이며 1백대당 조립결점수는 1백30가지나 되고 대당 조립면적은 8.1평방피트,평균 부품재고는 2주분이다. 그러나 도요타의 다카오공장의 대당 평균 조립시간은 18시간,1백대당 조립결점수는 45개,대당 조립면적은 4.8평방피트,평균 부품재고는 2시간분이다. 미국 최대의 자동차메이커인 GM이 오늘날 왜 일본차와의 경쟁에서 자꾸 밀리기만 하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특히 도요타의 렉서스,닛산의 인피니티,미국의 링컨과 캐딜락,유럽의 BMW 벤츠 볼보 로버 사아브 재규어 등 고급승용차의 생산성을 비교하면 더욱 놀라게 된다. 일본 고급차 공장은 미국공장의 절반,유럽 최우수공장의 절반,유럽공장 평균의 4분의 1,유럽의 가장 열등한 공장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인력만 있으면 충분했고 품질수준에서도 일본차가 모두 앞서고 있다.
MIT연구팀은 린 생산방식이 수공업생산방식과 대량생산방식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가장 이상적인 생산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동차 외의 다른 일본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있는 것도 린 생산방식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