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자유화등 미·EC 압력 유연대응/“경제여건 나빠 시기상조” 일부 우려도정부가 오는 94년께 현행 시장평균환율제를 완전자유변동 활율제로 이행키로 21일 방침을 정한것은 우리 경제가 개방·국제화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예정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자유변동환율제로의 이행방침은 이미 지난 90년 3월 시장평균 환율제를 도입하던 무렵부터 정책당국자가 수차례 밝힌바 있다. 그렇지만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국내 금융시장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급격한 제도개편은 충격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학계나 경제부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원화환율이 국내외 외환시장에서 수요·공급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완전자유변동 방식이 우리경제의 규모확대나 무역비중 증가에 맞춰 조만간 자연스레 현실로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다만 이같은 대세속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변동환율제 이행의 시기를 정확히 언제로 잡아야 하느냐는 점.
국내 금융업계가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경상수지 불균형이 크거나 외환보유고가 적정수준을 유지하지 못할때 원화가치 결정을 시장기능에 맡기는 변동환율제를 실시할 경우 외환시장 교란과 그데 따른 국내 경제 충격이 자못 심각한 사태를 부를 수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지난 60년대이후 환율조정을 수출촉진 등 무역확대 경쟁력 강화의 주요 정책변수로 써온 것처럼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제도화할 경우 국제경제 무대에서 상당한 통상압력을 자초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지난 90년 당시 복수통화바스켓 제도에서 시장평균 환율제로 전환,1일 변동폭 범위내에서 시장기능을 부여한 것은 86∼88년 경상흑자 기간중 원화의 저평가로 덕을 본게 아니냐는 미국측의 통상압력 때문이라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또 지난 71년 미국이 달러·금 태환(교환)을 정지한이후 일본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도 무역흑자 누적의 결과 엔화 가치를 현실화하라는 미국 등 선진국 압력 때문이었다.
결국 우리경제가 세계 10위권의 무역국가로 발돋움하고 미국·EC 등 주요교역국들로부터 국내외 자본유출입과 투자를 자유화하라는 개방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선 환율제도를 보다 유연한 형태로 바꿀 수 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최근 연례 한미금융정책협의회 등 잇단 통상협의를 통해 『한국정부가 외환시장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으나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며 외환 및 자본자유화 일정을 보다 앞당기라는 요구를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여건속에서 정부는 일단 오는 94년께 자유변동환율제로 이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금융기관 기업 등 국내관련 경제주체들이 미리 적응할 수 있도록 시장평균 환율제에 시장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부여하는 방안을 채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 제도하에서 원화환율의 1일 변동폭을 전날 매매기준가의 0.6%에서 빠르면 내달중 0.8%로,내년초부터 1%로 점차 확대키로 한것은 이같은 정책의도를 반영하고 있따.
정부가 오는 94년을 변동환율제 이행의 적기로 잡는 배경은 대체로 현재 추진중인 금융,외환,자본시장의 단계적 자유화 일정이 이 시기를 전후해 사실상 매듭 지어지기 때문.
정부는 이미 지난해말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92∼96년) 계획중 금융자율화 부문계획을 통해 『환율변동폭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뒤 국내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성숙되면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한다』는 방침을 확인 했었다.
정부는 지난해 외환관리법을 전면개편,「원칙금지·예외자유」인 외환관리 체계를 「원칙자유·예외규제」 방식으로 바꾸고 외환집중제도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또 94년엔 금리자유화가 사실상 완료되는 3단계 계획(한은 재할대출 및 2년미만 금융채 금리포함)이 실시돼 국내외 금융시장 통합의 전제조건인 금리격차가 거의 해소될 전망.
외국인의 직간접투자 허용 등 자본시장개방도 이 시점에선 거의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와 관련,정부관계자는 『정책당국의 개방일정이 차질없이 이뤄지면 국제수지가 균형수준으로 회복되는 시점에서 굳이 「환율조작국」이란 의혹을 받아가며 외환시장에 개입할 실익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정부는,오는 94년께 서방선진국들의 경제협력체인 OECD(경제개발 협력기구)에 정식가입할 계획을 밝혀 이를 위해서도 OECD회원국 의무준수 조건인 자본거래를 대폭 자유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방침에 대해 학계 일각에서는 현재 여건에 비춰 시기가 다소 빠르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요즘처럼 국제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돼 향후 외환사정이 불투명하고 국내물가와 금리가 유달리 높은 상황에선 외국자금의 유출입에 따른 외환교란 때문에 전체 국가경제가 상당한 충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이제 민간기업 입장에선 더이상 환율조정을 통한 작위적인 국제경쟁력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환리스크」 대처여부에 따라 개별기업의 부침이 엇갈리는 본격적 금융국제화 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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