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후생관에서 안경점을 하는 안중성씨(53)는 14년 동안 정들었던 학교와 학생들을 떠나게돼 요즘 밥맛도 잃은채 시름에 잠겨있다.학교측이 올해부터 매년 후생관 입주업자에게 점포 임대기간을 연장해주던 기존방침을 바꾸어 입주신청자를 모집,적임자를 선택키로 함에 따라 안씨도 신청서를 내긴 했지만 불안할 따름이다.
그동안 안씨는 다달이 수익금의 절반은 늘 동작구 사당4동 정신박약아 재활을 위한 「사랑손공동체」에 후원금으로 보내왔다. 이제 서울대 후생관을 떠나면 아직 어린 1남2녀 공부시킬 일도 큰일이지만 무엇보다도 사랑손 뒷바라지가 제일 큰 걱정이다.
사랑손에서는 7세 여아에서 40세 여성에 이르는 정신박약아 8명이 5년째 안씨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금전적 도움 외에도 매달 2∼3차례씩 찾아가 손수 밥을 먹여주고 말하는법·바느질·전화사용법을 가르쳐주며 딸처럼 돌보고 있다. 학생들과 정을 끊는다는 일도 쉽지 않다.
서울대생중 안씨에게 안경과 콘텍트렌즈를 무료로 얻어간 학생도 그동안 수백명에 이른다. 아르바이트자리 구하기도 쉽지않던 옛날 시력검사만 받고 힘없이 돌아서던 학생이 안쓰러워 선듯 안경을 골라주고 『어려운 친구들이 있으면 또 보내라』고 했던 것이 계기였다.
그뿐아니라 배움에 목말랐던 안씨는 매년 4∼5명의 학생에게 학비의 절반정도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전달해주었고 무료 눈수술을 알선해준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안씨의 열렬한 후원자인 부인 이영희씨(49)도 매달 청량리역 부근 행랑자밥집에 후원금을 보내고 손수 음식도 만들어주는 봉사원이다.
숨어서 남을 돕는 일을 가장 큰 기쁨으로 간직해온 안씨는 걱정속에서도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 된 졸업생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와 총장면담이라도 해 안씨를 돕겠다고 나설때면 애써 만류하면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남대희기자>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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