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외교의 어려움이 다시 확인했다” 평가/아주리더로 국제위상 과시측면선 긍정【동경=문창재특파원】 미야자와(궁택희일) 일본총리의 한국방문은 일본인들에게도 그다지 성공적인 것으로 비쳐지지 않았다.
일본외무성은 이번 방문의 성과를 「한일관계에 확실한 일보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국제무대에서 두나라가 한층 협조키로 합의했고 문화 및 인적교류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데 일치한 것』을 그 이유로 들고있다.
그러나 신문의 논조는 그렇지 않다. 요미우리(독매)와 마이니치(매일) 신문은 해설기사의 제목을 똑같이 「대한국(아시아) 외교의 어려움 부각」이라고 달았으며,아사히(조일) 신문은 「통하지 않은 사죄」라고 붙였다.
또 사설들도 「새시대는 과거청산으로부터」 「일한의 미래여는 토대조성을」 같은 제목에서 엿보이듯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두차례 정상회담과 공동기자 회견이 끝난뒤 일본측 수행기자들과의 간담에서 미야자와 총리 자신도 이번 방문이 『매우 어려웠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특히 노태우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종군위안부(정신대) 문제를 들고나와 『마땅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말로 보상을 촉구한 것을 두고 한 말인것 같다.
75분간의 회담시간중 22분이 정신대문제 관련이었으며,일본총리가 「충심으로 사죄한다」는 등 8가지의 표현으로 사죄했다는 한국측의 브리핑이 일본신문에 보도된 것도 그런 심경의 일단을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얻은 것은 8번의 「진사」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과거(불행한 역사청산)와 현재(무역역조시정) 문제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추구했던 한국은 두가지를 다 놓쳤고 일본은 미래문제(한일양국 협력의 중요성)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얻었다.
과거문제에 너무 집착한것도 방법상의 오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출발에 앞서 정부대변인의 공식담화와 총리자신의 입으로 정신대 문제에 분명한 사과가 있었는데도 똑같은 문제로 너무 시간을 끌어 본질문제를 논의할 시간을 허비한것은 비생산적인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것보다는 보상문제를 더욱 논리적으로 따져 보상을 받아두었어야 했다.
일본은 한국이 요구하면 몇번이고 똑같은 말로 사과할 수 있는 나라이다. 또 그렇게 해왔다.
83년 일본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나카소네(중증근강홍) 총리가 「불행한 역사」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엄숙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었다. 그 이후 히로히토(유인)왕의 「진정으로 유감(84·9)」,아키히토(명인)왕의 「통석의 념(90·5)」 같은 발언이 있었고 가이후(해부준수) 총리의 직접적인 사과발언도 뒤따랐다. 보상책임을 염두에 두지않은 말뿐인 사과를 몇번씩 되풀이 요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경제문제에 관한 일본의 대응은 지난번 부시 미 대통령을 맞았을때와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총리의 지시로 관계장관이 자동차메이커 등 업자들을 불러들여 『미국제품을 최대한 수입해줄 수 있는 숫자를 제시하라』고 윽박질러 미국에 실천계획서를 만들어 주었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기업의 문제때문에 발생한 적자이므로 정부가 책임질일이 아니라는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그 반면 이번 방문외교에서 일본이 얻은 국제정치적 성과는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다.
총리취임직후부터 「아시아중시」 정책을 내외에 선전해온 미야자와 총리는 한국국회에서의 연설에서 「아시아와 세계속의 한일관계」를 강조하면서 『두나라가 세계의 다이내미즘의 견인차가 되자』고 역설했다.
한국국회에서 처음으로 세계문제를 역설한 일본총리라는 정치적 의미는 크다.
극동의 두나라 관계에만 집착하지 않고 일본이 아시아 지역의 리더로서 세계의 일에 미래지향적인 정책연설을 한것은 국제정치 무대상의 큰나라임을 선전한 것이다. 그런 기회와 장소를 제공해주었던 한국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냉정히 결산해봐야 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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