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날짜 학교별로 자율화를”/「하루결판」은 고득점 재수생 양산/학생선택권 확대로 「손실」 줄여야/50·60년대도 특차전형 경험… 큰 혼란 없을 것포항공대 김호길학장은 요즘 대학입시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며 교육부와 잦은 접촉을 갖고 있다. 모든 대학들이 전·후기로만 나뉘어 같은날 같은시간에 시험을 치는것은 대학편의 위주의 횡포일뿐 아니라 고득점 재수생을 양산하여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포항공대만이라도 다른 대학들보다 앞서 올 10월께 93학년도 입학시험을 치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적인 원자핵물리학자로 86년 포항공대 초대학장직을 맡아 그 학교를 단숨에 일류대학으로 키운 그는 89년부터 교육정책자문회의 위원으로도 일하고 있는데,그의 대입제도 개혁론을 들어본다.
▼선생님의 「특차전형」 주장에 대해 교육부는 「포항공대만을 위해 교육법 시행령을 고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잘 돼갈 것 같습니까.
『우리학교가 다른 대학들보다 앞서 시험을 치르겠다는 생각에서 편의상 「특차전형」이란 말을 쓰긴 했으나,나의 주장은 모든 대학들이 일제히 한날 한시에 시험을 치르는 현 제도를 고치자는 것이지 우리학교만 특차로 학생을 뽑게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현행 교육법시행령 71조 2항은 대학입학 학력고사·내신·면접 등의 성적을 합쳐서 입학생을 선발하도록 하고 있고,학력고사는 국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한날 한시에 시험을 치를 수 밖에 없으나,94학년도 입시부터는 학력고사가 없어지고 대학수학능력시험·대학별 본고사·내신 등에 의해 학생을 뽑게 되므로 어차피 교육법 시행령을 고쳐야합니다. 또 94년도부터 입시방법이 달라진다면 93학년도에 시범적으로 몇 학교가 자율적인 학생선발 방법을 시행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교육정책자문회의가 91년 여름 대통령에게 제출한 「대학 입시에 대한 의견」에도 「여건이 되는 학교부터 시범적으로 92학년도 대학입시를 자율화하는게 좋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때는 사실 시일이 너무 촉박했으나,93학년도 입시는 지금부터 서두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학교는 오는 10월경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도 결국 좋은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포항공대의 경우 「특차전형」을 실시하면 지금보다 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그동안 대학입시 날짜와 출제를 자율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유중 첫번째는 적어도 상위 몇프로에 속하는 우수한 학생들은 소위 일류라고 불리는 몇개 대학중 하나에는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대,포항공대,명문사립대 두세학교 등이 각기 다른날 다른문제로 시험을 친다면 고득점 재수생은 거의 사라질 것입니다. 중·고 6년간 죽도록 공부하여 지금처럼 한판 시험으로 운명을 결정지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비합리적이고,비인간적입니다. 대학들이 문교부의 협조아래 담합하여 학생들의 대학선택권을 제한하는 횡포이기도 합니다.
대학들이 굳이 한날 한시에 시험을 치르려는 것은 자기대학 합격생이 다른 대학으로 유출되는 것을 두려워하고,그로인해 대학의 서열이 두드러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인데,지금 드러나는 서열보다 더 심한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학교의 경우 만일 특차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30%정도는 아예 다른 대학시험을 안칠 것이고,나머지는 다른 대학시험을 쳐서 상당수가 합력할 것이며,결국 우리대학 합격자의 30%정도는 다른 대학으로 떠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합격자 발표때 상당수의 예비후보 명단을 함께 발표하여 결원을 메우게될 것인데,우수한 학생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학교를 지원하게될 것이므로 30%정도 예비후보로 보충하더라도 거트라인은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차전형에 대한 포항공대 교수들의 찬·반 비율은 어느정도 입니까.
『3분의 2는 찬성하고 3분의 1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대학 합격자들이 서울대에도 합격하여 대거 유출되면 어쩌나하는 걱정 때문인데,나는 결코 그런 학생이 30%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교수가 「만일 수석합격자가 서울대로 가버리는 사태가 오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길래 나는 「수석합격자를 아예 발표안하면 될게 아니냐」고 농담을 했는데,그런일들로 학교체면을 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안은 한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도 다른 대학시험에 제한없이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인데,합격생 유출을 꺼리는 대학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합격자는 다른 대학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는 타협안에도 찬성하시겠습니까.
『원칙적으로 이 제도는 학생들의 대학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므로 어떤 제한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제한하지 않으면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이 한날 한시에 시험을 치르는 담합을 계속 할 것입니다. 그러니 차선책으로 합격자의 지원제한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합격자의 지원을 제한하더라도 입시생의 입장에서는 지금 제도보다 훨씬 유리해질 것입니다』
▼오는 10월경 포항공대가 93학년도 입학생을 뽑게 된다면,포항공대에 지원하려던 학생들은 출제경향을 몰라 크게 당황할 것입니다. 어떤 방향으로 출제하고,어떤 선발기준을 만들 생각입니까.
『우리대학은 우수한 과학연구 인력을 양성하자는 목표를 가진 학교이므로 그에 알맞는 자질을 평하가는 주관식 출제를 많이 하게 될것입니다. 대학입학 학력고사란 성적이 최하위인 학생에서 최고의 학생까지 함께 테스트해야 하는 무리한 출제가될 수 밖에 없고,특히 우리대학에는 부적당했다고 생각 합니다. 입학때마다 합격자들의 과별평균점을 내보면 5∼6점이나 차이가 나는데,1학년에 똑같은 과목을 공부한후 1학년 성적 평균점을 내보면 과별 서열이 크게 바뀌곤 합니다. 입학성적이 끝에서 두번째였던 학생이 4년간 1등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대학의 경우 학력고사가 우수학생 선발에 공헌 못했다고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중앙교육평가원에 문제샘플을 요청하여 치를 생각이며,내신은 전체점수의 40%정도 반영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1,2등급에만 지원자격을 줄 것이므로 실제 점수차이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의 성적좋은 고등학교와 시골 고등학교의 내신성적을 같이 평가하는 것에 대한 반대도 있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교육환경과 부모의 높은 교육열 속에 능력이 최대로 발휘된 대도시 학생들에 비해 시골학생들은 아직 발휘하지 않은 잠재력이 매우 크고,특히 과학공부에서는 그 잠재력이 중요한 몫을 할것입니다. 대도시 학생들이 반복적인 훈련에 의해 몇점 더 땄다는 것은 사실 큰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 졸업생들은 학자인 동시에 교육자가 되고,학자인 동시에 정책수립자가 될 사람들이므로 전인교육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내신성적뿐 아니라 그 학생의 도덕심,지도력,협동정신 등 내신평가를 적어도 동점일때는 반영하려고 합니다』
▼선생님의 안은 고득점 재수생을 줄일 수 있고,성적좋은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들은 오히려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지 않겠습니까.
『공부를 아주 못하는 학생들이 지금처럼 요행을 바라면서 시험을 치고 어쩌다 합격도 하는 경우는 사라질 것입니다. 요행을 바라면서 재수 삼수를 해봤자 결국 대학에 갈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진다면 그 학생들은 시간낭비 안하고 일찍부터 다른 길을 찾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결국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이 새로운 제도가 도움이 될것입니다.
50년대,60년대 초까지도 일부 중고등학교와 대학들은 특차전형을 실시했었습니다. 정원의 몇퍼센트를 미리 내신성적만으로 선발하는 대학도 있었고,다른 중고등학교보다 빨리 시험을 치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를 뒤돌아보면 나의 주장이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며,이 제도의 실시로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도 기우임을 알 수 있을 것 입니다.
현재 특차로 학생을 뽑는 대학은 과기처산하인 과기대학이 유일한데,고등학교 1학년이든 2학년이든 과기대에 합격만 하면 대입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들은 교육부 산하라고해서 일률적인 제한을 받고,또 대학들은 그 제한속에 편리하게 안주하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처럼 입시생들에게 단 한번의 시험으로 운명을 결정짓게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대학들의 횡포를 학부모와 학생들이 더 이상 참아서는 안됩니다』
□약력
▲1933년 경북 안동출생 ▲56년 서울대 문리대 물리학과 졸업 ▲64년 영국 버밍엄대서 박사학위 ▲미국 버클리대 로렌스연구소 연구원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83년 연암공전 초대학장 ▲86년 포항공대 초대학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