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이 끝난지 반세기를 바라보면서 두 패전국 독일과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강대국」으로의 복귀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두 패전국은 모두 반세기동안 쌓아 올린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해서 정치적 지위회복을 노리고 있다.일본은 드러내놓고 유엔 안전보상이사회에서 상임이사국 자리를 추구하고 있고,독일도 그만한 자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나라의 강대국으로서의 자세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경제적 거인」이자 「정치적 꼬마」라는 말을 들어온 독일이 적극적으로 외교적 자기주장을 편 것은 유럽공동체(EC)의 통합과 유고사태에 대한 독자적 외교노선에서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독일은 미국와 전임 유엔사무총장 케야르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고연방 해체 승인을 관철하는데 성공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독일과 관련이 깊은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승인하도록 EC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집권 기민당은 유엔이나 유럽군의 일원으로 「해외파병」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고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독일이 전후의 외교적 은둔에서 적극적인 자기주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아시아에서 일본이 영도적 위치를 노리고 있는 것과 그 형식과 시기가 일치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유엔의 캄보디아 평화유지군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엔 군축담당 사무차장인 일본인 아까시 야수시가 그 책임자로 지명됐고,일본의 자위대 병력이 전후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파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외견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독일이 철저한 「과거청산」위에 새로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온 것과 일본의 행태에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독일은 나치스가 만행을 저지른 유태인에 대해 거의 무한책임에 가까운 사죄와 물질적 보상을 했다.
일본이 이 핑계 저 핑계로 과거청산을 회피하고,입으로 할 수 있는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않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도 지난날 전승국이면서 이제는 2급 강대국으로 내려앉은 영국이나 프랑스는 통일독일의 「강대국 복귀」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있다. 서유럽의 유일한 후견인이었던 미국도 통일독일의 독주에 저항감을 갖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청산을 거부하는 일본을 이웃에 두고있는 우리로서는 독일의 강대국 복귀에 보다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독일에다 댄다면 일본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는 아직 우리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임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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