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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화도진지(그때 그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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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화도진지(그때 그자리)

입력
1992.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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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에 빚장푼 조선의 보루/진지쌓아 구미·일의 함선 출입통제/1882년 한미 수호조약 맺은곳/88년에 역사공원 조성인천 동구 화수동 128 일대 2만6백67㎡의 화도진공원은 조선조때 외국함선의 출입과 동태를 감시해 조정에 연락하는 일을 맡았던 수군진지인 화도진이 있던 곳으로 한·미 수호통상조약이 조인된 곳이다.

1백여년전 화도진지 모습을 재현한 인천항개항의 시발지 화도진공원에 서면 당시 『문을 열라』고 윽박지르던 구미열강과 일본이 또다시 UR협상에 따라 우리에게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역사의 반복성을 실감하게 된다.

화도진이 설치된때는 조선조 고종 16년인 1879년 7월. 지금은 인천앞바다가 멀리보이고 있지만 조선조때만해도 화도진앞은 바다로 화도진지가 바다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곳이었다. 쇄국의 빗장이 풀린 때라 인천항에는 크고 작은 외국의 상선들이 넘실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출입통제와 동태감시가 시급했다.

특히 일본이 강화조약 체결후 우리나라 서해안의 항구 한곳을 개항하기 위해 입지조사를 서두르던 때여서 심상치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조정에서는 화도진을 방어영으로 격상시킨 뒤 1878년 8월 어영대장 신정희를 인천에 보내 이곳에 포대와 진지를 구축하고 이듬해 화도진이라고 명명했다. 화도진의 경계는 궁궐에 배치됐던 무위소 병력이 맡았다.

화도진에서는 1882년 5월22일 현재 한·미 통상이 효시가 된 수호조약이 맺어졌다. 그러나 1894년 갑오경장으로 군제가 개편되면서 화도진은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다가 1910년 불이 나 역사의 풍상어린 구조물 등 흔적도 사라지게 됐다.

6·25때는 월남한 피란민들이 화도진터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하기도 했는데 그뒤 계속 방치됐다.

인천시는 82년 9월 화도진을 역사공원으로 조성키로 하고 각종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향토사가인 이훈익씨(76) 등의 조언을 받아 막상 공원을 조성하려하자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화도진에 대한 자료가 빈약해 당시 진지의 배치 등을 전혀 알수 없었다.

인천시는 수소문끝에 총독부가 남기고간 편찬자와 연대미상의 화도진도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찾아내 이를 토대로 기본설계를 한 뒤 건축자재 등은 강원도에서 가져왔다.

화도진공원은 이같은 과정을 거쳐 88년 9월 역사공원으로 선을 보이게 됐다. 화도진에는 옛날 현감과 수사 병사 등이 들러 정무를 보던 동헌,사랑채 등 옛모습이 그대로 재현됐다.

전시관에는 한·미 수호통상조약의 원문도 있어 금석지감을 불러일으키며 진지에서 장수와 병사들이 사용하던 1백92종의 무기류와 각종 군기 등의 모형물이 보존돼있다.

전투개시를 알리던 쇠가죽으로 된 북 호고는 지금이라도 둥둥둥 소리를 낼 것같으나 부대를 지휘하던 백호기와 현무기는 빛이 바래있다.

대나무 화살통 전통,지휘관의 칼 환도,조선조때 가장 큰 화포였던 대완구,연속사격이 가능했던 불랑기 5호 등 무기가 눈에 뛴다.

특히 임금이 중병의 표적으로 사용했던 발병부의 설명은 재미있다. 동글납작한 나무 한쪽에는 「발병」이라 쓰여있고 뒷면에는 관찰사의 칭호가 새겨진채 한가운데가 쪼개져있다. 임금이 교서와 함께 한쪽 발병부를 내리면 해당관찰사가 가지고 있던 다른 한쪽과 맞춰본 뒤 병력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공원조성에 참여했던 인천시 녹지계장 이길택씨(41·당시 공원계장)는 『화도진을 공원으로 조성하는데는 역사적 자료가 너무 없어 애를 먹기도 했으나 요즘에는 하루 6백여명이 찾아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화도진지는 역사속으로 묻혔으나 1백여년이 지난 지금 공원으로 되살아나 역사의 숨결속에 교훈을 주고 있다.<인천=김명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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