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오지 찾아 매달 1번 무료진료강원 영월군 중동면 직동리 주민들은 매달 마지막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서울에서 고마운 의사 간호사들이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기다리는 경만호씨(40)는 22명뿐인 직동분교 어린이들에게는 주치의나 다름없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4동 107의8에서 정형외과의원을 경영하는 경씨는 지난해 3월부터 매달 마지막 토요일이면 직원 8∼9명과 함께 어김없이 이 두메마을을 찾아가고 있다.
밤늦게 도착한 경씨 일행은 하루밤을 잔뒤 녹전국교 직동분교에 임시진료소를 차리고 온종일 50여명의 주민을 무료 진료해준다.
직동리는 약국,보건지도소가 하나씩 있는 면소재지에서 비포장도로로 20리가량 더 가야 하는 오지. 화전민들이 정착해 형성된 이 마을은 의료서비스와 거리가 멀다. 경씨는 이곳에서 송어양식을 하는 심종섭씨(36)로부터 무의촌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주말진료를 시작했다.
직원 50여명에게 계획을 밝히자 임상병리사,간호사,운전기사 등이 자발적으로 따라 나섰다.
이들은 각종 진료기자재를 갖고가 간단한 환자들은 현지에서,중증환자는 서울로 데려와 치료해주고 있다. 올 봄에는 혀가 짧아 말을 제대로 못하는 소년(6)을 서울로 데려와 수술해주기로 했다.
갈 때마다 험준한 산길에서 내려와 반겨주는 눈먼 노인과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주민들을 대하면서 경씨는 장거리열차 여행의 피로를 잊곤 한다.
77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뒤 개인병원에서 근무하다 84년에 개업한 경씨는 돈이 생기는 서울진료보다 이 일이 훨씬 즐겁다고 한다. 25일 하오에도 중앙선 열차로 두메진료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주민들은 경씨를 만나 건강을 되찾고 있지만 경씨도 주민들을 만나면서 건강한 의사상을 가꿔가고 있다.<김광덕기자>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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